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유명한 활약하는 로리 맥길로이가 골프 스윙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유명한 활약하는 로리 맥길로이가 골프 스윙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추위를 무릅쓰고 오랜만에 야외 연습장을 찾았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골퍼들이 빈자리없이 빼곡히 들어차 열심히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지정된 자리에서 다른 골퍼들과 다름없이 연습을 시작했다. 등을 보인 바로 앞 30대 후반의 골퍼는 볼을 한 개씩 때리고 빈스윙을 서너 차례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것을 보고 감탄의 심정으로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연습스윙에서는 어딘가에서 배운 듯한 팔의 레깅과 등뒤로 심하게 떨어뜨리는 클럽의 위치를 만들어 구분 동작을 취하는데 열중하다, 정작 볼을 타격하는 본스윙에서는 연습스윙의 자세가 전혀 나오질 않고 되레 오른손으로 심하게 덮어 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볼은 개구리 점핑하듯 날아오르지 못한 채 20~30m 앞 지점에서 떨어져 앞으로 쏜살같이 굴러갔다. 그는 개의치 않고 한시간 이상 이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스스로의 노력에 대해 만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연습 내내 그의 연습동작과 본스윙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연습을 마칠 때쯤 구력이 궁금해 물어봤다. 1년6개월이라는 대답과 함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한시간 반씩 꾸준히 연습한다고 덧붙인 열성을 자랑했다. 

나는 그가 떠난 뒤 주변 아마추어 골퍼들을 휘둘러 돌아봤다. 모두 연습을 정성으로 몰입하고 있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지만 누구 한 사람도 클럽을 휘두르며 볼을 가격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골프에서 다양한 기량의 기술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골퍼들도 쉼없이 갈등을 겪는, 또는 습득되지 않은 기술적 과정을 연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유명한 활약하는 로리 맥길로이가 골프 스윙하는 모습을 연속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유명한 활약하는 로리 맥길로이가 골프 스윙하는 모습을 연속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그 좋은 사례는 바로 클럽헤드의 지연 타격감각이다. 즉 '딜레이 히트', 또는 '레이트 히트'가 그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골프기술 측면에서 어떤 것을 얻으려고 노력을 꾀할까 궁금해 찾아본 결과 '누가누가 자신의 몸동작에 비해 클럽헤드가 늦게 볼에 접근하는가'의 경쟁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레깅, 엇박자, 하체의 선행하는 움직임, 사이드 밴딩자세, 팔과 샤프트의 수직낙하동작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동작들이 개발되고 새롭게 신기술의 스윙이라며 소개하는 것들이 모두 클럽헤드를 골퍼의 몸동작보다 더욱 늦게 진입해 보다 강력한 임팩트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30대 후반의 연습장 아마추어 골퍼도 스스로 이 목표를 향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각 부위의 정확한 '균형감'이나 '일체감'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인 팔동작만 반복해 결국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초보 골퍼들이 다양한 고급 난이도의 골프기술을 손쉽게 만날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요즘은 정보홍수의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량에 상관없이 마구잡이식 흉내와 접근은 오히려 근육의 혼란만 부채질해 결과적으로 기량 향상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덧셈 뺄셈을 터득한 뒤 곱셈 나눗셈이 가능하고 비로소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쌓이 듯, 골프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순서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각성해야만 한다.  

 

*칼럼니스트 황환수: 골프를 시작한 뒤 4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바람부는 날에는 롱아이언'이라는 책을 엮었다.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대구 SBS/TBC 골프아카데미 공중파를 통해 매주 골퍼들을 만났고, 2021년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칼럼을 15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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