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지만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학창 시절 틈틈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신춘 문예 데뷔를 꿈꾸던 그가 직장에 갓 입사했을 때의 이야기다.제조 업체의 영업 담당이라 지방 출장이 잦았지만, 친구는 젊기도 했고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그 일이 “적성에 딱 맞다”고 말했다. 남들은 출장을 가라고 하면 싫은 내색이 얼굴에 팍팍 들어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그 친구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아예 하루 전날 밤 기차를 타고 내려가 아침 일찍부터 여유롭게 업무를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골프만큼 룰을 중시하는 경기도 많지 않다. 이전에 비해 많이 완화된 골프룰이 적용되긴 하지만, 경기 시간을 맞추지 못한 골퍼들이 중요한 대회에 출전조차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방전된 휴대폰으로 인해 2010년 PGA 투어 플레이오프 더 바클레이스 프로암 대회에 5분 지각한 짐 퓨릭은 본 대회 출전권까지 박탈당했고, 2013년 LPGA 기아클래식 프로암에 늦게 나온 전년도 챔피언 청야니 역시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없었다. 제아무리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라도 지각하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프로 골
혹시 ‘혼자서’ 아니면 ‘단둘이’ 라운드를 한 경험이 있는가?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이나 세계연합팀과 미국대표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등 국가 간 대항전의 성격을 띤 일부 대회를 제외하곤 일반적으로 골프는 단체 경기가 아니다. 이들 대항전에서도 개인전 점수를 환산해 단체전의 승패를 결정한다. 골프는 개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경우 혼자가 아닌 동반자들과 함께한다. 프로 대회를 보면 일반적으로 3명이 한 조를 이뤄 플레이한다. 2명이 한 조로 경기하는 매치플레이도 있지만, 이 경우는 진행시
라운드 도중 조용히 노래를 흥얼댈 때가 있다. 하지만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제대로 모른 채 아무런 의미 없이 뭔가를 중얼거릴 뿐이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내기 골프를 하거나 누군가를 간절히 이기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다. 애써 태연하거나 무심한 척 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의도한대로 샷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심하게 책망할 뿐.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사진=골프한국하지만 겉과 속이 다
20여 년간 골프를 했지만 아직 홀인원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다. 한 해 동안 플레이 한 라운드 수에 곱하기 4를 하고, 거기에 골프 경력을 곱하면 그 동안 지나쳤던 대략의 파3 홀 횟수가 나온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회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홀인원을 기록하지 못했으니 운이 따라주지 않는 듯하다. 프로의 홀인원은 아마추어의 확률보다 서너 배 높다고 하니 실력도 따르지 못했음을 인정해야겠다. 어느 대회 통계를 분석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마추어의 홀인원 확률은 대충 1/8,000에서 1/12,000 정도
“적어도 외국어 하나는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한 가지 이상이며,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남들과 차별화된 맛의 요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을 수준이 되어야 하고, 사회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 잡으러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약자를 돕고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한다.” “이처럼 완벽한 너는 누구냐?”1960년대 후반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을 운운하며 ‘프랑스 중산층’을 정의한 말이다.우리와 비교한다면 참 기막힌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중산층이라기보다
“한 번 뻥 치고 볼 찾으러 다니는 게 골프구나!”휴가를 맞아 골프는 구경도 못해 본 지인을 동반해 골프장에 간 적이 있다. 라운드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고 구경 삼아 몇 홀을 따라다니던 그가 러프에서 볼을 찾고 있는 우리를 보면서 멋지게 골프의 정의를 내려줬다. ▲사진=골프한국골프란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경기다. 몇 번의 스트로크 행위로 볼을 홀에 집어 넣는 게임인데, 근본적으로는 스트로크 횟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물론 장비에 대한 일정한 규정은 있지만 어떤 장비를 이용해 어떻게 쳤는지는 중요치 않다. 벙커에
오랜 시간 골프를 가까이 하다 보니 기분 좋았던 샷도, 잊지 못할 라운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억나는 건 그때 만난 풍경과 함께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황소개구리가 음산한 소리로 울어대던 새벽 골프장, 눈이 새하얗게 덮인 필드에서 눈사람이 된 볼을 찾아 헤매던 일,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날 활짝 핀 연꽃들 사이를 ‘개구리 왕눈이’ 처럼 걸어가며 흥얼거리며 부르던 노래, 요즘은 많이 사라진 듯한 청솔모와의 기 싸움,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몸을 피한 그늘집에서의 막걸리 한 잔, 그리고 함께 라운드한 분들과의 유쾌한 대화...
한 중소기업 사장이 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꽤 좋은 양주 한 병을 사 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는 대기업 본부장을 위한 선물이었다. 대기업 본부장은 그 양주를 정부의 아는 고위 관리에게 주었고, 그 술은 다시 언론사 간부에게 건네졌다. 그 간부는 딸의 담임 선생님에게 양주를 선물했고,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아들에게 과외를 해주고 있는 대학생에게 주었다.결국 그 비싼 양주는 대학생과 그의 친구들이 자취방에 둘러앉아 하룻밤에 마셔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한 웃음을 진 경험이 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
매년 4월 둘째 목요일이 되면 전 세계 골프인들의 이목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에 집중된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그린 자켓을 꿈꾸며 일년을 준비한 골퍼와 이들을 구경하는 갤러리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최상급 선수들만 초대될 수 있으며 4만여 명의 후원자들만이 갤러리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스터스 대회 기간 동안 오거스타 내셔널을 밟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리라. 오거스타 내셔널은 멋진 코스 설계로도 유명한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코스가 ‘아멘 코너’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연휴를 이용해 찾아간 제주는 봄 기운이 한껏 피어 있었다. 제주공항은 산을 찾는 등산객과 상춘을 즐기려는 관광객, 긴 겨울잠에서 벗어나 호쾌한 샷을 꿈꾸는 골퍼들로 활력이 넘쳤다.연휴라서 제대로 티오프 시간을 배정받지 못한 필자는 지인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낯선 분들과 조인해 라운드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필드로 나가 몸을 풀고 있는 필자에게 인상이 좋은 노부부가 다가왔다. 먼저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를 드리자 노신사는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건넸다. 미리 준비해 온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간단히 적혀 있
5m… 쉽지는 않지만 원퍼트를 기대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42km 이상을 선두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원퍼트 거리인 마지막 5m를 달리지 못해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사람이 있었다. 지난 1908년 런던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이탈리아 출신 도란도 피에트리(Dorando Pietri)의 얘기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뚫고 주경기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스타디움의 마지막 트랙을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방향을 정정해 주었지만 지친 그는 더 이상 뛸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새해를 맞아 눈이 쌓인 골프장을 대신하여 눈으로 덮인 한라산을 찾았다.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한 선자령이나 태백산의 설화산행은 이미 경험했지만 겨울에 한라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리목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세상은 온통 새하얀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복장도 점검하고 아이젠도 착용한 후 첫걸음을 뗐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상쾌하게 느껴졌고 등산화 아래로 전해지는 눈밭의 촉감은 평소에 느껴볼 수 없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어느새 몸은 더워지고 영하의 기온에서도 땀이 흐르기
‘오케이(OK)’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마크(Mark)’다. 컨시드(Concede)를 줄 수 없으니 마크를 하고 한 번 더 치라는 뜻이다. 최근에 마크 대신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동반자를 보면서 그것도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컨시드를 주기에는 애매한 거리’라는 뜻으로 ‘우정에 금이 가는 거리’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조차 흔히 말하는 ‘OK거리’를 남겨놓고 형편없는 퍼트로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짧은 거리라 방심했거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
늦가을 밤, 들뜬 마음을 갖고 부산으로 향했다. 막바지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KLPGA 투어 대회, BS금융그룹 부산은행 서울경제 여자오픈 프로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좋은 분들과 함께 오랜만에 프로 선수의 멋진 샷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필자도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여행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아시아드CC에서 가까운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다. 그곳에는 한여름의 혼잡함도 없었고, 을씨년스러울 정도의 차가움도 없었다. 밤 바다의 정취를 즐기기에는
얼마 전 직장 후배와 라운드를 했다. 직장 동료와 운동을 하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그 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함께한 동반자 중 한 명이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골퍼로서 ‘머리 올리는 날’이었다.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언제부터 이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남자가 어른이 되거나 여자가 결혼을 하거나, 혹은 과거 기생이 직업적 프로로 데뷔할 때 썼던 말을 골프에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일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마다 통과의례라는 것을 두어 자격을 부여하거나 그 동안의 노력에
가끔씩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온갖 선물 행태를 보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과 상자에 몇 억이 들어가느니, 서류 가방에 얼마가 들어 가느니… 이런 특정계층의 비정상적인 선물 얘기를 접할 때마다 서민들의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옷 로비, 달러 뭉치 전달하기, 차량 바꿔 치기 등. 요즘은 명품 가방에 성의를 가득 담아 전달하기도 한단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선물’이라는 미명(美名)으로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다. 하지만 선물은 주는 사람의 본심(本心)에 따라 기분 좋을 수도 불쾌할 수도 있다.오래 전
‘왜 그런 골프 옷을 가져갔을까?’지금도 제주도 사건을 잊을 수 없다. 필자는 5~6년 전 업무상 제주에서 골프모임이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분야를 대표할 만한 분들이 모인 자리였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할까? 나름대로 신경써 준비해 간 옷들은 오랫동안 옷장에서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것들이었다. 유행이 한참 지난 통이 큰 칙칙한 체크무늬 바지에 색이 바랜 상의였다. 그 옷을 입고 클럽하우스를 나오는 순간, 한껏 멋을 부린 골퍼들 앞에서 갑자기 낯이 부끄러워졌다. 골프를 그만두고 빨리 숙소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
2012년 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자 최나연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응원하기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 골프는 정식종목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호주의 골프 영웅 그렉 노먼과 캐리 웹이 선수가 아닌 성화봉송주자로서 뛰는 데 만족해야 했다.500년의 역사를 가진 골프를 1억 명이 즐긴다고 하지만 골프는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골프의
7월은 골퍼들에게 혹독한 시련기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피부는 무방비로 노출되기 십상이고,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태양이 비껴가는 날에는 폭우가 찾아와 골퍼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계절의 라운드를 좋아하는 골퍼는 많지 않을 것 같다. 필자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고 열이 많다. 몇 년 전부터는 피부가 자외선 차단제에 예민하게 반응해 라운드 후에 붉게 달아오르고 따끔거려 견디기가 힘들다. 지난해에는 이 증상 때문에 골프를 그만둘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거기다가 수시로 내리는 비는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