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의 고행을 거쳐야 하는 이유

프로 선수의 골프스윙을 연결해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프로 선수의 골프스윙을 연결해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끝말잇기'는 마지막 단어의 음절을 받아 다음 단어를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게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음 단어들은 좀체 끝날 것 같지 않고 이어지다, 누군가의 반복된 단어가 불쑥 나오면 게임이 종료되고 그 친구를 제외한 모두는 환성을 지르며 끝말잇기를 마무리했다. 

골프스윙을 떠올리며 갑자기 끝말잇기 놀이가 생각났다. 한 단어에 이어 의미는 다르지만 첫 음절이 동일한 다른 단어가 생성되는 것이, 골프스윙을 배우고 익히며 나아가는 순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기술 동작을 프로에게 배우고 몸에 익힐 때 즈음 금새 전혀 또 다른 동작을 요구하는 프로가 밉상스럽고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이 한 동작만 제대로 마무리하면 멋진 샷으로 필드에 서서 골프공을 날리는 나 자신을 상상했는데, 이어지는 다음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또 한동안 제대로 맞질 않는 악순환의 고행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정말 이 과정이 습득되면 제대로 된 골프인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프로의 사탕 발린 유혹을 눈치채지 못한 채 반복된 동작을 거의 익혀갈 무렵 느닷없이 또 다른 동작을 요구한다. 마치 끝말잇기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골프기술의 한계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긴 프로도 역시 똑 같은 처지임을 아마추어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단지 기량의 높낮이에서 차별성을 지니고 있을 뿐 고민의 상처가 준 흉터는 엇비슷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니 훨씬 더 많은 상처의 흔적을 지닌 이들이 프로와 고수임을 말이다. 

 

끝말잇기 단어들을 줄지어 나열하면 전혀 다른 뜻의 명사들 집합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가만히 면밀하게 보면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대화체 단어의 모음임을 발견하게 된다. 골프스윙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듯한 기술적 단계들이 어느 날 스스로 한 단계씩 힘겹게 오르다 뒤돌아보면 '기술마다 연결성을 지니지 않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골프한국
사진=골프한국

 

그러나 끝말잇기는 무작위 말미의 음절과 동일한 단어의 공통점이라도 존재하지만 스윙은 때론 전혀 엉뚱한 듯한 기술적 기량을 터득해야 하는 난이성을 보여줄 때가 부지기수다. 이처럼 들쑥날쑥한 이론과 상반된 골프기술의 특징적 모습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최소 몇 년간 활화산 같은 분노의 마그마를 분출하게 만들기도 한다. 

 

골프입문자들의 시작은 분명 장밋빛 미래였다. 클럽을 손에 쥔 뒤부터 골프는 혼자 독행하는 스포츠라 좋다는 말을 믿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고 후회한다. 그러나 그런 골프 초행길에 대한 두려움에 다가서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험준한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한 난파선으로 수장되고 말았을 것이다. 

끝말잇기 단어들의 무의미한 관계성처럼 스윙기술의 연결고리도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궁극에는 모두 거대한 관계망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칼럼니스트 황환수: 골프를 시작한 뒤 4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바람부는 날에는 롱아이언'이라는 책을 엮었다.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대구 SBS/TBC 골프아카데미 공중파를 통해 매주 골퍼들을 만났고, 2021년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칼럼을 15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