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장면을 그림자로 포착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타이거 우즈가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장면을 그림자로 포착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멀리 그리고 정확히(Far and Sure)’를 추구하는 골프는 선(線)의 스포츠다.

여기서 ‘Sure’는 똑바른 직선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보내고자 하는 지점에 정확히 공을 날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골프코스가 직선형으로만 구성돼 있지 않고 코스설계자의 철학에 따라 좌우로 구부러져 있으니 여기에 맞는 샷을 날려야 한다. 그래서 똑바로 날아가는 샷 외에 의도적인 페이드나 슬라이스, 드로우나 훅이 필요하다. 특히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의 경우 공이 굴러가야 할 길은 온갖 선의 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퍼는 공이 날아가야 할 이상적인 선을 찾고 그 선에 맞는 샷을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 골프의 묘미는 인드라망(網)을 방불케 하는 골프코스에서 이상적인 선을 찾아내고 그 선에 맞는 샷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해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킴은 물론 동반자의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뜻이다. 골프에 심판이나 감독관이 없는 것은 라운드에 참가한 모두가 신사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골프는 남은 물론 자신마저 속이고 싶은 유혹이 가장 강한 스포츠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한담을 나누며 자연 속을 거닐자고 나선 라운드가 종종 쟁투적(爭鬪的)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동반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한다. 신사의 스포츠란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눈앞의 승리를 좇느라 유형무형의 방해 공작을 하고 남의 눈을 속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라운드의 결과는 개운하지 않다. 져서 불쾌하고 이겨도 꺼림칙하다. 마치 진흙탕 속에서 뒹굴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남는다. 누군가를 적으로 돌리고 대결 구도를 만들면 최대 피해자는 자신이 되고 만다. 자신이라는 적을 다스리기도 어려운데 나머지 동반자를 모두 적으로 돌리니 마음은 평정을 유지할 수 없고 평소의 기량을 발휘할 수도 없다. 

 

조던 스피스가 퍼팅 라인을 살피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조던 스피스가 퍼팅 라인을 살피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그래서 골퍼가 추구해야 하는 길은 착할 선(善)이다. 

라운드하다 보면 온갖 상황과 맞닥뜨린다. 동반자는 물론 캐디, 골프코스, 자연조건, 날씨, 골프 도구 등은 은연중에 갈등구조를 만들어낸다. 어느 한 군데라도 마찰과 갈등, 대립의 감정이 일기 시작하면 평정심을 잃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마찰과 대립감정이 아니더라도 동반자나 주변의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상대가 잘하면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내가 잘한다고 우쭐대는 실수를 범한다. 결국 자신이 중심 잡지 못하면 주변에 휘둘리게 된다는 뜻이다.

‘골프는 기술이 20%, 나머지 80%는 정신력’이라는 명언은 정신, 즉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골프의 요체임을 강조한다. 

 

골프는 여백이 너무 많다.

90타를 치는 골퍼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하나의 샷을 날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게 잡아도 5초를 넘지 않는다. 스윙의 시간은 3초 정도, 어드레스 후 왜글을 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5초정도다. 90타를 치는 골퍼의 샷에 소요되는 시간은 450초, 즉 7분30초다. 한 라운드에 4시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3시간 50여분이 여백이라는 얘기다. 걷고 주변을 살피고 스윙 연습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긴 여백이 마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자만과 교만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만용이나 요행을 부추기고 지레 겁을 먹게 하기도 한다. 하지도 않는 실수를 걱정하고 추락을 상상하게 만든다. 골프에서 평정심이 강조되는 것은 여백의 시간에 뭉게구름처럼 일어나는 잡념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이때 마음을 다스리는 선(禪)의 경지가 필요하다.

골프가 線 善 禪의 3선의 스포츠임을 깨닫기만 해도 경지가 달라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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