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FR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시즌 PGA투어 우승자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38명만 참가하는 왕중왕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임성재(24)가 톱10에 들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7~10일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임성재는 나흘 내내 톱10 안에 머물며 최종합계 24언더파 268타로 공동 8위로 마쳤다. 처음 출전한 지난해에도 공동 5위를 기록했었다. 

새해 들어 처음 열리는 대회에서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과 겨루어 공동 8위의 성적을 낸 것은 세계랭킹 2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세운 그에겐 희망의 신호탄이다. 현재 그의 세계 랭킹은 26위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나흘 내내 톱10을 벗어나지 않고 스타급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쳐나갔다는 점이다. 앞으로 PGA투어에서 롱런할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한 것이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 우승을 차지한 캐머런 스미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 우승을 차지한 캐머런 스미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출전자 모두가 우승 후보라 선두 경쟁이 치열했는데 특히 ‘언더독’ 캐머런 스미스(28·호주)와 세계랭킹 1위 존 람(27·스페인)의 대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3라운드에서 캐머런 스미스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선 존 람은 그를 ‘언더독(underdog)’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여기서 ‘언더독’은 ‘패배자, 사회적 부정의 희생자’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우승 확률이 적은 선수’라는 의미, 즉 자신을 이기기엔 좀 약하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언더독’ 캐머런 스미스는 명견(名犬)의 DNA를 물려받은 사냥개처럼 경쟁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추격자 존 람, 추격을 당하는 카메런 스미스의 경기 수준 모두 최상급이었다. 스미스는 최종합계 34언더파 258타로 존 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돌고래를 형상화한 우승컵을 차지했다. PGA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호주의 아마추어 1위 출신의 캐머런 스미스는 2013년 프로로 전향, 2017, 2018년 호주 PGA챔피언십을 차지한 뒤 PGA투어에 뛰어들어 네 번의 연장전에서 3승을 거두었으니 그는 ‘언더독’이 아니라 ‘톱독(top dog)’이었던 셈이다. 

2016-2017시즌 PGA투어 추리히 클래식 오브 뉴올리언스에선 조나스 블릭스트, 스콧 브라운, 케빈 키스너와의 연장전에서, 2019-2020시즌 소니오픈에선 브렌드 스틸과의 연장전에서, 2020-2021시즌 추리히 클래식 오브 뉴올리언스에선 마크 리시먼, 루이 우스트헤이즌, 찰 스워첼과의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노던 트러스트에서 토니 피나우와 연장전 끝에 처음 패배를 맛봤다.

야생마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로 자유분방한 반항아의 이미지를 풍기지만 럭비로 단련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랭킹 1위 존 람의 추격을 뿌리쳤다. 그가 경기하는 모습은 완벽한 ‘무진동(無振動) 플레이’라 할 만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가 3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가 3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아쉽게도 임성재가 4라운드 6번홀(파4, 439야드)에서 파 퍼팅을 실패한 뒤 공을 덤불 속으로 던지는 모습은 캐머린 스미스의 무진동 플레이와 대비되었다. 

임성재는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투온에 실패, 3온 후 1.6m 거리의 파 퍼팅에 실패하자 그린을 벗어나면서 공을 덤불 속으로 던졌다.

 

그가 처음 보인 이런 행동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봤다.

추격의 고삐를 죄어야 할 때 타수를 잃은 데 대한 실망과 뒤따르는 불만 또는 분노의 표시일 것이다. 공을 버리면 불만이나 분노가 해소되는가. 사라진 공과 함께 마음의 불쾌함이나 동요가 사라지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위기에 처한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버리고 생명을 구하듯 임성재가 공을 버림으로써 마음의 동요나 불쾌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탓할 행동이 아니다. 유명 선수들도 분노를 못 이겨 클럽을 내던지고 공을 물에 집어넣는 행동을 한다. 심한 경우 클럽을 부러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는 거의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퍼팅에 실패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공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은 죄가 없다. 화풀이를 공에 한 것밖에 안 된다.
퍼팅을 놓친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 귀결된다. 라인을 잘못 읽었든지, 공을 잘못 놓았든지, 스트로크가 정확하지 않았든지 모두 내가 한 짓이다. 

그런데 실패의 책임을 공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가. 물론 분노가 치솟을 때 해소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면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터뜨리거나 클럽을 던지거나 한다. 그렇게 해서 해소된다면 다행이다. 

결국 털어버리고 가느냐 마음에 담고 가느냐의 문제다.
임성재가 좋은 교훈을 얻었으면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