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들의 이상인 ‘멀리 똑바로(Far & Sure)’는 중앙을 지향한다. 

표적을 벗어난 화살이 의미가 없듯 페어웨이나 그린을 벗어난 샷은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샷이 항상 페어웨이나 그린을 적중시킬 수는 없지만 지향점은 페어웨이나 그린의 중앙이다.

페어웨이나 그린이 아닌 위험지역으로 공이 날아갔을 경우 여기에서 벗어나는 능력 또한 골프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골퍼는 애초에 이런 위험지역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코스가 직선만이 아니라 좌우로 휘고 높낮이를 두어 조성된 것도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중앙을 지향하는 샷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슬라이스나 훅은 지향점이 아니다. 의도적인 슬라이스나 훅을 내는 것도 곧바로 날리지 못했을 경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우회로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휘지 않고 똑바로 공을 날려 보내려면 여기에 맞는 스윙이 필요하다. 오른손 오른팔, 왼손 왼팔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스윙은 필경 공을 좌우로 심하게 휘게 만든다. 몸의 중심축을 지키면서 양팔 양손의 힘을 조화롭게 사용할 때에만 공을 똑바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초보일 때 자연스럽게 오른손 위주의 스윙을 하게 된다. 이때 레슨프로나 고수들은 왼손 왼팔 위주의 스윙을 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다 왼손 왼팔 위주의 스윙을 제대로 터득하고 나면 그땐 오른손 오른팔을 예전처럼 쓰라고 한다. 

오른손 오른팔 위주의 스윙이 만들어내는 심한 훅이나 슬라이스를 방지하기 위해 왼손 왼팔 스윙을 권장했지만 왼손 왼팔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보조역할만 하던 오른손 오른팔을 쓰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양팔 양손을 조화롭게 다 쓰라는 의미다. 그래야 두 손 두 팔의 파워를 100%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우로 치우치던 스윙이 중도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이 전환점이 고수로 접어드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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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중도(中道)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바른 도리’를 뜻한다.

고타마 싯달타는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될 때까지의 6년간 그 대부분을 가혹한 고행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고행은 몸을 괴롭게 할 뿐 참된 인생의 답을 주지 못했다. 출가 전 왕자로서 물질적 육체적으로 풍족과 즐거움만으로 인간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던 싯달타는 출가 전의 쾌락(樂行)도 출가 후의 고행도 모두 한편에 치우친 극단임을 깨닫는다. 고락(苦樂) 양면을 벗어난 심신(心身)의 조화를 얻는 중도(中道)에 답이 있다는 것을 오랜 고행 끝에 자각했다.
싯달타가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뒤 함께 고행했던 5인의 비구(比丘)들에게 가장 먼저 설교한 것이 바로 이 중도의 이치였다.

기도할 때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는 합장은 중도의 상징적 동작이 아닐까. 예수님이나 부처님을 경배할 때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소원을 빌거나 참회를 한다. 이 순간만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평정의 상태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옳은 길, 바른 길을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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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함께 라운드한 70대 지인의 말이 가슴에 남아 있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해 어렵게 골프의 참맛을 알게 된 그는 ‘기도하는 자세’를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샷을 날릴 때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동반자들의 의아한 표정에 그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외면하고 살아온 게 후회되더라고요. 늦게나마 골프채를 잡을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죠. 골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무렇게나 칠 수 있겠어요? 성당에 다녀서가 아니라 저절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이 되더라고요. 그런 자세로 샷을 날리면 결과도 좋아지고요.”
지인은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도의 길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서 내가 날리는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같은 골프코스 같은 홀이라 해도 단 한 번도 같은 조건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날씨, 동반자, 캐디, 자신의 바이오 리듬이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적 변화, 건강의 차이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샷을 어찌 함부로 날릴 수 있겠는가. 기도하는 마음이야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샷을 대하는 골퍼의 자세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은 골프가 지향하는 중도의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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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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