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 존 람이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 존 람이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북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이틀째 경기에서 미디어와 골프 팬들의 시선은 스페인의 존 람(28)에게 모아졌다. 새해 초 열린 PGA투어 2개 대회(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연속 우승하며 로리 맥길로이(33·아일랜드)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를 앞둔 그가 컷 탈락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대회 시작 전 그의 3연승 도전은 골프계의 뜨거운 토픽이었다. 만약 그가 3연승에 성공하면 2017년 더스틴 존슨(38)이 3연승에 성공한 이후 6년 만의 기록이다. 동시에 1997년 이후 19번째로 3연승을 거두는 선수가 된다.

 

PGA투어의 연승 최고기록은 ‘골프의 전설’ 바이런 넬슨(1912~2006)이 1945년에 세운 11연승이다. 넬슨은 그 해에만 무려 18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중 11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벤 호건(1912~1997)이 1948년에, 타이거 우즈(47)가 1999~2000년 두 번째 연승 기록인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런 기록에 비하면 3연승이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선수층이 두텁고 기량이 상향 평준화된 현 PGA투어 상황을 감안하면 3연승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그런데 ‘무적함대’ 존 람이 남코스에서 치른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공동 116위로 밀렸다. 미디어들이 그의 컷 통과 여부에 촉각을 세운 것은 당연했다. 2연승 한 선수가 컷 탈락이라니 뜨거운 화젯거리다.

 

토리 파인즈 북코스에서 열린 이틀째 라운드에서 10번 홀에서 출발한 존 람은 연속 버디를 잡았으나 보기 두 개로 답보상태였다. 후반 들어 5번 홀 이글에 이어 3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5타를 줄여 중간 합계 4언더파 140타로 순위를 102계단이나 끌어올려 공동 14위로 올라섰다. 

중간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샘 라이더(33·미국)와는 8타 차다. 브랜든 스틸(39·미국)이 9언더파로 단독 2위, 타노 고야(34·아르헨티나)가 7언더파로 단독 3위다.

 

PGA투어 캐나다와 콘페리투어를 거쳐 2018년 PGA투어로 진입한 샘 라이더는 PGA투어 첫승이 간절하다. PGA투어 3승의 브랜든 스틸도 2017-18시즌 세이프웨이 오픈 이후 우승이 없다. 남미투어와 유럽투어에서 뛰어온 타노 고야도 PGA투어 첫승을 노리고 있다.

 

한국선수 중엔 안병훈(31)이 4언더파로 공동 12위로 가장 높고 루키 김성현(25)이 3언더파 공동 20위, 김시우(28) 임성재(25)가 2언더파로 공동 24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에는 154명이 출전, 81명이 컷 탈락하고 73명이 우승을 놓고 3, 4라운드를 벌인다. 

 

존 람의 3연승 여부, 첫 승이 간절한 선수들의 분전, 한국선수들의 선전 등이 이 대회의 관전 포인트지만 존 람의 컷 탈락 위기상황을 지켜보며 투어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컷 제도가 품고 있는 다른 측면을 엿볼 수 있었다. 컷 제도가 빚어내는 모든 상황은 바로 골프 철학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유명선수의 컷 탈락은 골프에 대한 경외심을 환기시킨다. 골프의 무상성(無常性)을 깨닫게 한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성찰과 겸손의 기회를 제공한다. 컷 탈락이 누군가에겐 재기의 채찍이 될 수도 있고 절망과 포기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것은 골프의 또 다른 불가사의로 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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