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을 만드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초밥을 만드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초밥 달인의 초밥 만드는 솜씨는 예술의 경지라 이를 만하다. 손으로 한번 집는 밥알의 수는 260개 정도로 일정하다. 

오차라고 해야 밥알 2~3개가 많거나 적거나 한다니 거의 일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밥을 집을 때도 적당한 힘이 필요하다. 너무 세게 잡으면 밥이 으깨어지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밥알끼리 따로 놀아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고 한다. 밥알 사이에 공기가 통할 정도의 공간이 생기도록 적당한 힘을 써야 한다.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좋은 스승 밑에서 10년은 수련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잘 숙성된 회가 만나 환상의 초밥을 만들어낸다. 

골프의 감각도 초밥 달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적인 유명 프로골퍼들의 정교한 샷은 손과 팔 어깨 등이 더도 덜도 아닌 최적의 힘과 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불세출의 골퍼 벤 호건(1912~1997·미국)의 샷은 정교함으로 유명했다. 진 사라젠(1902~1999), 잭 니클로스(82), 게리 플레이어(87), 타이거 우즈(45)와 함께 4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5명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중 한 사람인 호건은 1야드 단위로 거리를 조절했다고 한다. 한 해에 당시 미국과 영국의 메이저 4개를 우승한 진정한 그랜드 슬래머는 구성(球聖) 바비 존스(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 1902~1971)가 유일하다.

 

연습할 때 다른 캐디들은 흩어진 볼을 줍느라 연습장 여기저기를 헤매야 했지만 호건의 캐디는 볼이 날아올 지점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한군데 쏟아부은 듯 모인 볼을 담아오면 되었다고 한다.

오버래핑그립의 창시자인 해리 바든(1870~1937·영국)은 같은 날 같은 코스에서 절대 두 번 라운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바든의 샷이 너무 정확하고 일정해 오후에 라운드할 때는 오전에 라운드하면서 생긴 디봇에 볼이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바든에게 ‘완벽한 스타일리스트’ ‘시화(詩化)한 스윙의 창시자’라는 찬사가 따라다닌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한 아마추어 골퍼가 40대 중반에 골프채를 잡았다. 두어 달 연습한 뒤 친구들과 몇 라운드를 돌아본 그는 치욕을 견디지 못해 이를 물고 연습에 들어갔다. 집안의 바닥을 모두 카펫으로 깔아 퍼팅 연습장으로 활용했고 벽에는 두꺼운 스티로폼을 붙여 어프로치샷 연습을 했다. 

 

골프 연습하는 모습과 골프공.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 연습하는 모습과 골프공.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이때 사용한 공은 골프공보다 작은 플라스틱 공. 작은 공을 벽에 표시한 동그라미에 맞추는 연습이었다. 
매일 저녁 500개 정도를 쳤다. 이러기를 2개월 동안 하고 다시 필드에 나간 그는 단번에 80대에 진입했고 한 달도 안 돼 싱글을 기록했다. 골프 감각을 익히기 위한 부단한 연습은 짧은 구력의 벽을 뛰어넘어 그에게 정교한 어프로치샷과 퍼팅 기술을 안겨준 것이다. 

 

달인의 경지란 모멸과 울분을 참고 각고의 노력을 쏟은 후에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매일 400~500개의 공을 때려면서, 그중 200개 이상은 어프로치 연습에 할애하는 데도 현장에서 어프로치 실수를 하는 필자에게 달인의 경지는 요원한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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