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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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내가 나가는 골프연습장에선 지인들끼리 근처 등산로 입구 음식점에서 막걸리 모임을 가끔 갖는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계절에 상관없이 1주일에 4~5번 연습 후의 갈증을 막걸리로 해소하곤 했다. 골프 경험을 나누며 애환을 주고받는 자리다. 행복한 시간이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1년 이상 이 모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부정기적으로 소수 정예가 약속해 마시는 정도였다가 최근 조금씩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이 자리는 칼럼을 쓰는 나에게 많은 소재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최근 모임에서 한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은퇴해서 가장 잘한 일이 골프를 배운 겁니다.”
은퇴한 지 10여 년이 지난 분이다. 그러면서 또래 친구들 얘기를 털어놨다.

 

이렇다 할 취미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소일거리를 못 찾아 답답해 죽을 지경이란다. 한다는 게 등산이나 서울 근교 둘레길을 걷고 소주나 막걸리 한잔 나누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이것도 건강 등의 이유로 동참하는 친구가 하나둘 줄어들어 모임 구성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은퇴하고 주위의 권유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거의 매일이다시피 연습장을 찾고 하체 단련을 위해 걷기와 스쿼츠, 아령 운동 등도 병행해 지금은 또래 모임에서 강한 경쟁력을 발휘한다고 털어놨다.
“골프를 안 했더라면 큰일 날뻔 했지요”

 

음주가무 습관을 버리지 못해 몸을 망쳐 일찍 하직한 친구도 있고 운동하기 싫어 집에서만 뒹굴다가 쇠약해져 요양원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요즘 모임에 나가면 성한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구요. 그때 골프 안 배웠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니 끔직하더라구요. 우리 집사람도 직장 나갈 때는 속 썩이더니 은퇴해서 골프 배우고 나서 제대로 사는 것 같다고 칭찬할 정도라니까요”

조금이라도 잘 쳐보겠다는 소박한 욕구와 골프의 불가사의한 마력에 이끌린 결과다. 그러고 보니 연습장을 둘러보면 골프연습을 하지 않았으면 침대나 요양원 신세를 졌을 분이 상당수 보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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