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1인자를 지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 제142회 디오픈 챔피언십 때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 연습하듯 공부를 했으면 고시를 여러 번 패스하고도 남을 텐데…” 
연습장에서 이런 넋두리를 듣는 일은 흔하다.

주로 50대를 지나 현역의 전성기에 있거나 은퇴한 70대 전후 연배들의 단골 메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구력은 20~30년이나 되고 누구보다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만족한 수준의 골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만 섞인 넋두리를 털어놓으면서도 골프를 포기하지 못하고 매일 연습장을 찾는다. 골프는 잘 못 치더라도 건강 유지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불평과 불만을 가슴에 담고 연습장을 열심히 찾는다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골퍼들이 그 좋은 운동을 하면서 불평과 불만을 호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웬만한 스포츠는 노력한 만큼,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보장된다. 재미를 느끼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정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싫증이 나서, 재미가 덜 해서 중도에 다른 종목으로 바꾸는 경우는 있어도 열심히 해도 안 되는데도 매달리는 스포츠는 골프 말고 찾기 어렵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 중에서도 언제나 일관된 스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조던 스피스. 사진제공=게티 이미지 for 더 CJ컵


골프는 정말 별나다.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을 타고났다고 해도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히는 게 골프다.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순간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인데 바닥을 벗어나는 일은 시지프스가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는 고통을 안긴다.

문제는 연습 방법에 있다. 
자신은 땀 흘리며 그야말로 열심히 연습하지만 그 연습이 잘 하는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타성적으로 기계적으로 골프채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좋은 연습의 목적은 ‘어쩌다 굿샷’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샷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긴 하다. 그러나 ‘열심히 잘못하는 것’은 ‘불만의 골프’로 인도할 뿐이다. 잘못된 연습은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고질병만 악화시키고 내 안에 괴물을 키운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잘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혼자서 자신의 스윙을 스스로 점검하고 교정할 수 있는 자가치유 능력의 터득이다. 지속 가능한 골프의 핵심이다.
작은 기교나 기술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스스로 왜 잘못된 스윙과 샷이 나오는지 알아채고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강한 멘탈로 꾸준한 샷을 선보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간판인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연습장에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동작으로, 백날 연습해봐야 진전이 없을 것 같은 자세로, 그러나 매우 열심히 공을 때려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깨어 있는 골프’ ‘각성의 골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자신의 스윙을 알아채고 자가치유 능력을 키워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반합의 변증법을 거치다 보면 내게 알맞은 ‘골프 문법(文法)’이 만들어진다.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골프의 길로 접어들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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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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