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와 호스트 아놀드 파머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은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와 호스트 아놀드 파머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의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같은 것은 없다.(The swing of golf is like a fingerprint, so there is nothing like it.)”

미국의 프로골퍼 제임스 로버트 허먼(James Robert Herman·47)이 한 말이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골프의 스윙도 사람마다 결코 같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짐 허먼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을 나와 2000년 프로로 전향, 지역의 미니 투어와 2부투어 내이션와이드투어를 거쳐 2011년에야 PGA투어에 들어와 통산 3승을 거뒀다. 프로로 전향한 뒤 거둔 승수가 호주투어 1승, 2부투어 1승을 포함해 모두 5승이니 크게 성공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촌철살인의 이 한마디로 그의 이름은 골프 평론가나 레슨프로, 골프 애호가들의 입에 회자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나는 짐 허먼의 명언처럼 사람마다 스윙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스윙마다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완벽하게 같은 샷은 재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구력과 함께 굳어지고 있다. 우리가 날리는 모든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말이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다. 강물은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흘러간다. 지금 손을 스쳐 간 물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자세나 리듬이 변하지 않는 일정한 샷을 최상으로 치는 골프에서도 두 번 이상 같은 샷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하더라도 비슷하게는 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똑같은 샷은 나오지 않는다. 복잡하지 않고 간명한 샷을 자랑하는 닉 프라이스나 프레드 커플스 등도 같은 샷은 두 번 다시 날릴 수는 없다. 골프에서 ‘똑같은 샷’이란 꿈일 뿐이다.

 

골프의 이런 속성 때문에 많은 골퍼들이 습관처럼 “…했더라면” “…만 아니었더라면” 하고 가정법의 발언을 내뱉곤 한다. “잡아당기지만 않았으면 OB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3퍼트만 아니었더라면 신기록을 낼 수 있었는데….” “바람만 안 불었으면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골프장에서 가정법을 입에 올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러나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정법을 쓰지 말아야 한다. 가정법이란 잘못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생각할수록 속이 상하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골프는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아야 즐거운 운동이 될 수 있다. 골프의 제왕 아놀드 파머도 “한 번만 더 칠 수 있다면….”하고 말했지만 가능한 한 “…했더라면, …했을 텐데.”라는 발언은 금물이다.

 

파머는 1966년 US오픈 마지막 날 9홀을 남기고 미국의 빌리 캐스퍼에게 무려 7타나 앞서 있었다. 파머의 우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골프 기자들은 다투어 파머의 우승을 미리 타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들은 미리 보낸 기사를 취소하고 급히 새 기사를 타전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후반 9홀 내내 파머는 보기를 연발했고 캐스퍼는 연거푸 버디를 잡아내 마침내 타이를 이루더니 결국 파머는 연장전에서 캐스퍼에게 무릎을 꿇었다. 연장전 첫 홀에서 캐스퍼에게 패한 뒤 홀을 벗어나면서 파머는 “만일 볼을 한 번 더 칠 수만 있었다면….”하고 내뱉었다.

 

미국의 전설적이 프로골퍼 샘 스니드도 1939년 US오픈서 마지막 홀을 보기인 5타만 쳐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8타를 쳐서 자멸했다. 그는 그 후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끝내 우승하지 못했다. 마지막 홀에서 파는 물론 보기만 했어도 우승을 차지하고 더블보기를 해도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스니드로선 “티 샷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면….”이라는 아쉬움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