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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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사자, 하이에나, 늑대, 들개, 악어  등 자연계 상위 포식동물의 사냥 성공률은 10%를 넘지 않는다. 실패율이 90%라는 얘기다.

이것도 완전한 성체의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다. 새끼 때는 엄마 아빠 형 누나들이 잡아주는 먹이로 성장하고 청소년기에는 사냥을 지켜보며 사냥술을 본능적으로 터득한다. 청년기에 접어들어야 사냥에 참여하지만 조력자 수준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최상위 포식동물들의 사냥 성공률이 10%에 못 미친다는 것은 이들이 경험하는 실패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이들이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오른 것도 수없이 경험한 실패의 결과인 것이다.

사냥에 임하는 늑대 무리는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경외 대상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굶주려 있지만 배고픔 때문에 미친 듯이 살상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자괴감에 빠지는 일도 없다. 늑대들은 인내심을 갖고 오로지 바로 눈앞에 놓인 과제에 최선을 다한다. 사냥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사냥기술을 연마해 나간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사냥에 활용함으로써 마침내 성공적인 사냥법을 터득한다.

 

늑대를 비롯한 뛰어난 사냥 무리의 특징은 실패나 실수 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교훈을 얻는다는 점이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미스 샷과의 인연은 끊을 수 없다. 연습장에서 잘 맞다가도 필드에선 미스 샷이 속출하는 것을 두고 온갖 이유를 대며 절망하지만 사실 골프에서 미스 샷을 빼면 골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뜻한 대로 샷을 날릴 수 있다면 누가 골프에 매달릴 것인가. 골프의 매력은 사라지고 오늘날처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맹수들에게 사냥 실패가 당연하듯 골퍼에게 미스 샷은 당연하다. 맹수들이 거듭된 실패를 거치면서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하듯 미스 샷은 골프 달인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 뿐이다. 미스샷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김연아가 얼음판 위에서 수없이 넘어진 뒤 ‘빙판의 여왕’에 올랐듯 프로선수들도 수 없는 미스샷을 통해 미스샷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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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골프깨나 친다는 사람들의 여정에서 미스 샷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도 미스 샷 때문이다. 골프 고수로 부러움을 사는 것도 미스 샷을 되풀이하면 미스 샷을 덜 내는 법을 터득한 결과다.

미스샷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골프행로가 달라진다. 
미스 샷을 골프의 한 요소로 인정하며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골프는 지팡이를 짚을 수 있을 때까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스 샷으로 분노에 휩싸이기만 할 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골프는 고행길이 되고 만다.

 

미스 샷을 날려본 사람만이 미스 샷을 줄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훌륭한 골퍼란 미스 샷을 적게 날리는 사람이 아니라 미스 샷에서 교훈을 얻고 미스 샷을 줄이는 비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OB로 호된 고생을 해봐야 OB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스윙을 터득할 수 있다. 벙커 샷의 달인은 벙커에 공을 많이 보냈던 사람이다. 러프의 달인도 러프에 공을 많이 보내 주머니를 털린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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