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밀이 SK텔레콤에서 홀인원 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KPGA 제공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선천적으로 심장 판막에 구멍이 생기는 심장병을 이겨낸 정한밀(26)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5,000만원, 우승상금 1억5,000만원) 둘째 날 신들린 몰아치기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정한밀은 27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진행된 대회에서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반환점을 돌았다. 1, 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해 6언더파 66타씩을 적었다.

정한밀이 이날 보여준 샷은 챔피언에 손색이 없었다. 무려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맞아 7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특히 전반 9개 홀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솎아내 30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후반에선 13번홀(파4) 보기를 15번홀(파4) 버디로 맞바꾸며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정한밀은 “전반 9개홀에서 6타를 줄이며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전반이 끝나고 체력적으로 급격하게 흔들렸다. 빨리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고 말했다.

6세 때 심장 수술을 받은 정한밀은 “지금은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투어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못을 박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필리핀으로 이민가면서 골프채를 처음 잡은 정한밀은 2012년 한국에서 KPGA 프로(준회원) 자격을 획득했으나 한국 무대가 아닌 미국 PGA 투어로 눈을 돌렸다. 그는 “국내 정상급 선수들도 미국 진출을 위해 웹닷컴투어(2부투어)부터 시작하는데, 이왕 미국 무대를 목표로 할거라면 미국으로 바로 가자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정한밀은 2015년 PGA 투어 차이나 시드를 얻어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대회에 출전하던 중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지인들과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담당의사가 1년 간 쉬면서 재활을 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재활이 끝나자 주변의 권유로 KPGA 챌린지투어(2부투어)에 출전하면서 국내에 정착했고, 작년에 KPGA 1부투어 QT를 통과해 올 시즌 투어카드를 얻었다.

만 25세 때 코리언투어 시드를 따낸 늦깎이인 정한밀은 늦은 만큼 투어에서 오래도록 활약하고 싶은 간절함이 누구보다 강렬하지만, 현재 상금랭킹 78위로 내년 시드 확보가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공동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며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정한밀은 지난 8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 오픈 때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섰지만 3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쳐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 아픔이 있다. 당시를 돌아본 그는 "침착하자고 했지만, 생각처럼 안 되더라. 안전하게만 플레이 하다보니 더 소극적이 됐다"면서 "이번에는 무너질 때 무너지더라도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홀인원으로 1억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받았지만 정작 대회에서는 컷 탈락해 상금은 한 푼도 보태지 못한 그는 "자동차는 팔아서 투어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쳐 선두를 꿰찼던 2년차 조성민(32)을 비롯해 손준업(30), 조성민(32), 고인성(24), 엄재웅(27) 등이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 공동 2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2010년 KPGA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올린 뒤 7년째 우승에 목마른 손준업은 창고에 넣어놨던 롱퍼터를 들고나와 6언더파 66타를 쳐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조성민은 1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 이정환(26)은 4타를 줄이며 공동 6위(7언더파 137타)로 올라서 대상 포인트 1위 탈환을 예고했다.

2011년과 2012년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최경주(47)는 5타를 줄여 공동 11위로 올라서는 관록 샷을 뽐냈다.

2015년 이 대회 우승자이자 최근 PGA 투어에서의 활약이 돋보이는 강성훈(30)은 3타를 줄여 최경주와 나란히 합계 5언더파 139타로 동률을 이뤘다.

대상 포인트와 상금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최진호(33)는 1타를 줄여 공동 45위(1언더파 143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다음 달 28일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대회에 나섰던 노승열(26)은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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