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1개 대회 우승만 남겨…파머·왓슨·넬슨·스니드는 눈앞서 좌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조던 스피스(미국)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도전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개 메이저대회를 한차례 이상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차례로 제패한 데 이어 올해도 디오픈 정상에 올라 PGA챔피언십만 우승하면 대망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정말 이루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평생 한 번 정상에 오르기 힘든 메이저대회를 4차례 우승하기도 어렵지만 각각 다른 대회를 한 번씩 제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의 기록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는 지금까지 5명뿐이다.
진 사라센(미국), 개리 플레이어(남아공), 벤 호건,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등이다.

처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데 가장 빨랐던 선수는 우즈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 1999년 PGA챔피언십, 2000년에 US오픈과 디오픈을 차례로 우승했다. 불과 3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달했다. 최단 기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인 셈이다.
2000년 디오픈 우승 당시 만 24세 7개월이던 우즈는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록도 갖고 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보유자 니클라우스도 4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결지었다.
플레이어는 6년, 호건은 7년이 걸렸고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사라센은 첫 메이저대회 우승부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데 13년이나 소요됐다.

스피스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면 우즈가 가진 최단 기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등 2가지 기록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스피스는 1년 뒤에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를 맞는다.
스피스는 "꼭 올해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여유를 부렸다.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복안에서 나온 발언이다.
메이저대회 4개 가운데 3개 대회를 제패했지만, 나머지 1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한 선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스피스의 본심은 다를 것이다.

톰 왓슨(미국)과 아놀드 파머(미국)가 대표적이다. 왓슨은 메이저대회 8승, 파머는 7승을 올렸지만 PGA챔피언십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파머는 이미 세상을 떴다. 왓슨 역시 68세의 고령이라 이들은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반열과 영영 인연이 맺지 못하게 됐다.
PGA투어 최다승(82승)의 주인공 샘 스니드(미국) 역시 메이재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했지만 US오픈 우승 트로피가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했다.
바이런 넬슨, 리 트레비노, 레이먼드 플로이드(이상 미국)도 각각 디오픈, 마스터스, 디오픈 우승을 못 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했다.

억울한 경우는 짐 반스(잉글랜드)다. 1920년대에 활동한 반스는 US오픈과 디오픈을 각각 한번씩 우승했고 PGA챔피언십에서 두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마스터스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마스터스는 그가 은퇴한 뒤에야 창설됐다.
메이저대회 11승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45승이나 거둔 월터 헤이건(미국) 역시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어보지 못한 탓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했지만 마스터스는 그의 전성기가 한참 지나서야 열리기 시작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당장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 가능한 선수는 스피스 말고 2명이 더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15년부터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해왔다.
그는 2011년 US오픈, 2012년 PGA챔피언십, 그리고 2014년에 디오픈을 제패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스터스만 남겼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마스터스에서 한 번도 1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매킬로이는 내년이라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다.

필 미컬슨(미국)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바라보는 현역 선수다.
미컬슨은 US오픈 우승 트로피만 채우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기량에 비해 한참 늦었다.
34세이던 200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게 첫 메이저대회 정상이었다. 당시 그는 이미 PGA투어에서 무려 22승을 올린 베테랑이었다. 이듬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06년과 2010년에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두번 더 입었다.
2013년에 43세의 나이에 디오픈 정상에 올라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후보로 나섰다. 남은 건 US오픈뿐이지만 전망은 밝지는 않다.

2013년 디오픈 이후 그는 메이저대회는커녕 투어 대회 우승도 없다. 지난해 디오픈 준우승으로 반짝했지만 최근 2시즌 동안 열린 5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세 차례나 컷 탈락했다. 기량 하락세가 완연하다.
US오픈은 미컬슨에겐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지독하게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US오픈에서 무려 6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특정 메이저대회에서 미컬슨보다 준우승을 더 많이 한 선수는 디오픈에서 7번 준우승한 니클라우스밖에 없다.
2006년 대회가 가장 아쉬웠다. 최종 라운드 18번홀을 1타차 선두로 맞은 그는 더블보기를 적어내 준우승에 그쳤다. 2013년에도 그는 최종 라운드 18번홀 보기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해 달리는 셋 가운데 스피스와 매킬로이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1986년 46세의 니클라우스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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