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한국 남자골프 선수를 대표해 여러 대항전에서 이름을 날렸던 허석호(44)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8승을 포함해 프로 대회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일본을 주 무대로 뛰던 허석호가 최근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오픈(5월18~21일)에도 출전해 약 2년10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샷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허석호’의 이름이 닷새 만에 다시 오르내린 건, 남자골프 대회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다.

‘무명’에 가까웠던 KLPGA 정규투어 3년차 이지현(21)이 지난 26일 개막한 E1채리티오픈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서면서다. 1라운드 직후 인터뷰에서 이지현은 “원래 드라이버 샷이 가장 문제점이었는데, 지난주부터 허석호 프로님이 도움을 주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이지현은 선두 조정민(23)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3라운드에 들어섰다.

28일 경기도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조정민에 1타 차로 추격하던 이지현은 1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군 뒤 250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쳐 볼을 곧바로 그린에 올렸다.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지현은 남은 17, 18번홀을 차분하게 파를 지켜냈다.

결국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역전 우승으로 값진 첫 우승을 일궜다.

반면 챔피언조에서 이지현과 동반 플레이한 조정민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홀에서 15m 거리에 떨어진 데다 첫 번째 퍼트가 턱없이 짧아 3퍼트 보기로 주저 앉았고,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공동 2위에 그쳤다.

이지현은 허석호가 지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프로 2호 제자다. 1호 제자는 KLPGA 투어에서 뛰는 최유림.

우승 경험이 있는 조정민, 이예정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지현은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5월12~14일) 직전부터 허석호 프로님에게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드라이버도 안됐지만, 아이언 샷도 안됐다. 찍어 치는 경향이 있어서 거리 편차가 커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즌 중이라 스윙을 다 고치지는 못했지만, (허 프로님이) 아이언샷 거리 편차가 심했던 단점을 고쳐줬다"면서 "실전에서 자주 접하는 쇼트게임 상황 대처 능력도 금세 좋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상금순위 41위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4위가 개인 최고 성적이었던 이지현은 그러나 허석호와 손을 잡으면서 NH투자증권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다 준우승을 차지했고, 아이언 샷을 가다듬고 나온 이번 대회에서 2주 만에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허석호는 투어 선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으로 이지현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고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데 주력했다. 다만 그는 이지현이 티오프한 뒤 일본행 비행기를 타느라 아쉽게도 이지현의 우승 순간은 함께하지 못했다.

2001년 일본 투어에 진출해 15년 동안 통산 8승을 올린 허석호는 지난해 투어카드를 잃었다. 시즌 상금순위 83위(1,012만1,253엔)에 그쳐 1만3,000엔 차이로 이듬해 출전권을 지키지 못했다.

주변에서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그는 올해부터 '레슨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또 골프 전문 방송에 레슨 프로그램도 맡았다. 아울러 주최 측 초청 등의 기회가 오면 투어 대회 출전도 당분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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