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웹·박세리·오초아·쩡야니가 걸었던 길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6개 대회가 남았지만, 신인왕 포인트 레이스에서 워낙 압도적으로 앞서 다른 선수들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와 신인왕을 확정했다.

LPGA 투어는 1962년부터 신인왕을 뽑았다.

전인지는 55대 신인왕이다.

LPGA투어 신인왕은 최고 스타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이다. 전인지에 앞서 신인왕에 올랐던 54명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역대 신인왕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가 8명이다. 한국 팬에게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전설의 스타 낸시 로페스, 베스 대니얼, 줄리 잉스터(미국) 등이 신인왕 출신 명예의 전당 회원이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 박세리(38·하나금융)도 신인왕을 발판 삼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LPGA투어에서 당대 최고로 꼽힌 선수 가운데 신인왕 출신이 즐비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예의 전당에 오른 소렌스탐, 웹, 박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셋은 2년 터울로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현역 시절 필생의 라이벌로 경쟁했다.

소렌스탐은 1994년, 웹은 1996년, 박세리는 1998년 신인왕이다.

루키 시즌 성적이 가장 처진 선수는 뜻밖에도 소렌스탐이다. 소렌스탐은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다. 1992년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낙방해 2년 동안 유럽투어에서 뛴 소렌스탐은 1994년 고작 세차례 '톱10' 입상하는 성적으로도 신인왕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웹은 신인 때 4승이나 따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2년 뒤 박세리에 비하면 웹의 루키 시즌도 빛을 잃는다.

박세리도 신인으로 4승을 올렸지만,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2개였다. 신인이 첫 우승과 두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따낸 사례는 박세리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박세리 이후에도 없다. 전인지도 첫 우승과 두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에서 장식했지만 첫 우승은 비회원 때 따낸 점이 박세리와 다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2010년과 2011년에 LPGA투어 최강으로 군림한 쩡야니(대만) 역시 신인왕을 받아 요란하게 투어에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역시 2014년 신인왕을 받았다.

신인왕을 거치지 않고도 LPGA투어 넘버원 자리에 오른 선수는 최근 20년 동안 박인비(28·KB금융),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 둘 뿐이다.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짐작게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신인왕이라고 다 스타 반열에 오른 건 아니다.

2000년 도로시 델라신(필리핀), 2002년 베스 바우어(미국), 2007년 안젤라 박(브라질), 2013년 모리야 쭈타누깐(태국) 등은 신인상을 탔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함량 미달 신인왕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인지는 한국인으로는 10번째 신인왕이다. 작년 김세영(23·미래에셋)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이다.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신인왕을 탄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1998년 박세리에 이어 이듬해 김미현(39)가 신인왕에 오른 것이 신인왕 2년 연속 수상의 시발점이다.

2011년 서희경(30)에 이어 2012년 유소연(26·하나금융)이 신인왕을 받았다.

전인지는 역대 신인왕 가운데 순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역대 신인왕 가운데 1승도 올리지 못한 선수도 수두룩하지만, 전인지는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메이저대회 제패를 발판 삼아 신인왕을 타는 건 한국 선수들의 전매특허다. 1998년 박세리가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휩쓸었고 유소연은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박세리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을 밑천으로 신인왕에 오른 선수는 한국 선수를 빼면 2008년 LPGA 챔피언십 우승자 쩡야니밖에 없다.

전인지는 신인으로 벌써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다. 역대 LPGA투어 신인 가운데 최고 랭킹이다. 말 그대로 전인지는 '슈퍼 루키'다.

박세리, 쩡야니, 리디아 고가 탔던 급행열차에 몸을 실은 전인지의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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