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임대 비중 높여도 분양주택 기능 유지해야"
공약 '행복주택' 추진속 민간참여 등 임대 공급방식 다양화 해야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새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전망이다.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보금자리주택을 임대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공공주택은 임대주택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선인 공약에 포함된 철도부지위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중심으로 임대를 확대하면서 현재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공임대주택도 현재의 60%선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중에서는 보상에 들어가지 않은 지구나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지구계획을 변경해 임대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임대주택 재고율이 5.3%선에 그치고 있다"며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올리는 것이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보편적 주거복지를 실현하기로 하고 매년 45만가구의 주거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 건설 물량은 7만가구이며 나머지는 매입전세임대로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로 18만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구입의 경우 공공분양은 2만가구로 줄이고 14만가구에 대해 구입자금을 융자해준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치 가운데 분양주택이 5만5천가구였고, 예년에는 7만가구 가량의 사업승인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분양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공분양 물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는 공공분양과 임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일각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공공분양 주택을 임대로 모두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한다.

정부의 재원마련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현재 LH가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1가구당 1억원에 달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공공을 모두 임대로 바꾸면 재정투입이 증가해야 해 현실적으로 공급이 어렵게 된다"며 "현재처럼 분양, 임대주택을 교차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분양주택이 급감하면 공공 분양주택 당첨을 기다리는 청약저축 대기수요의 반발도 우려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서민들 가운데는 임대를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내집마련을 원하는 무주택 수요도 있다"며 "공공 분양과 임대를 조화롭게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거복지연대 장성수 전문위원은 "보금자리주택은 경제위기속에 공급 목표를 앞당겨 조기 달성하려고 한 것이 패착이었지만 집값 안정과 저가주택 공급이라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보금자리주택 분양 기능을 축소하는 것보다는 공급 목표 기간을 늘려 잡고 연간 목표물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 전문위원은 또 "임대비중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세민, 저소득층, 중산층으로 구분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대비중이 커질 경우 지구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과거 국민임대주택 단지 사례를 비춰봐도 보금자리지구의 임대비중이 많이 높아지면 지구 해제 등을 요구하는 등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임대가 지나치게 많으면 도시기능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임대 비중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공에 의존하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현아 박사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재정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리츠·연기금을 통해 임대공급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내년부터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임대형 민자사업(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화성 남양뉴타운의 국민임대주택 32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급 유형도 국민임대·영구임대와 같은 아파트에 의존하는 대신 다가구·신축다세대 전세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 바우처 등을 통한 실질적인 자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선인 역시 공약에서 매입임대 사업이나 바우처 제도를 추진하고 생애최초, 전세자금대출 등 저리의 자금지원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새 정부의 주거복지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건설임대는 수혜계층이 한정돼 있어 도심의 저소득층까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런 소외계층을 위해 임대주택의 유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주택을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한다. 정부가 검토 단계에서 중단한 '준(準)공공임대주택'이 대표적이다.

준공공임대는 민간의 매입 임대주택에 대해 정부가 세제·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사업자에 대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임대료·임대의무기간 등을 규제하는 것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도 공약에도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 방식을 공공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공급 목표 물량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짓는 것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점으로 꼽는다.

김선덕 소장은 "선언적인 공급 목표를 앞세우는 것은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을 때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했던 조치"라며 "지금처럼 집값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무리한 공급 목표보다는 꼭 필요한 계층에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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