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에벨은 프랑스어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골프와 인생을 빗댄 명언이 많다는 점에서 골프코스와 아름다운 인생의 조합은 꽤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인생을 느낄 수 있다는 골프장, 라비에벨CC를 소개한다.

“고요한 바람 속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골프장”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을 주제로 클럽하우스를 건축했다.
페어웨이와 페어웨이 사이에 다랭이논을 조성한 것이 이색적이다.
라비에벨CC 장재호 총지배인
"바람이 고요하니 마음이 보이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명품 퍼블릭공프장 라비에벨 컨트리클럽이 개장합니다." 4월 1일 개장을 앞둔 라비에벨CC의 홍보 문구다.

지리적 특성(바람이 적은 곳), 추구하는 가치(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운영 방식(대중제)을 짐작할 수 있다. 추상적인 것은 '바람이 고요해 마음이 보인다'는 대목과 '명품'으로 정의된 부분이다. 어떤 의미를 내포했을까.

3월 11일, 라비에벨을 찾았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시점부터 춘천방향으로 조양IC까지, 다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7킬로미터를 달리자 라비에벨 진입로가 나타났다.

개장을 20여일 앞둔 시점으로 따지면 시설 대부분이 완성됐고, 곳곳을 세세히 살피는 분위기가 정상이다. 하지만 이곳이 36홀 코스로 조성되며, 18홀 코스가 앞서 개장하는 탓에 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내년 5월 개장 예정인 코스 공사가 한창이었다.

산기슭을 따라 펼쳐진 도로는 미래의 코스를 관통했고, 덕분에 어떤 코스가 새롭게 탄생할지 상상하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산 중턱에 이르자 클럽하우스로 예상되는 건물이 등장했다. 앞서 개장하는 코스의 공식 명칭이 '올드'라는 점에서 스코틀랜드풍의 클럽하우스를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한옥 저택이었다. 올드 코스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이색적인 것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한옥을 클럽하우스에 접목한 사례가 많지 않은 탓이다. 익숙하지 않을 뿐, 고즈넉한 우리네 전통 가옥이 갖는 장점만큼 풍부하게 다가왔다.




좌절, 그리고 새 출발

이곳은 최초 '산요수 웰니스카운티 컨트리클럽'으로 출발했다. 3개 코스 54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국내 경기가 동반 하락하며 계획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며 18홀 코스와 클럽하우스가 완공되기 전 삽을 놓고 말았다. 이후 코오롱그룹이 인수, 라비에벨 컨트리클럽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코오롱그룹은 이곳을 인수한 후 여러 변화를 뒀고, 최초 계획도 방향이 틀어졌다. 앞서 만들어진 18홀 올드 코스는 그대로 두고, 추가 36홀을 18홀로 축소했다. 54홀에서 36홀로 줄어든 셈인데, 운영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신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초기에 제시했던 숙박, 문화 등을 더한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기로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복합리조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뒤집고 54홀 골프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코오롱그룹이 이곳의 진로를 원래 방향으로 되돌렸다고 보면 된다.


한참 앞선 형, 우정힐스

코오롱그룹은 천안 우정힐스와 경주 마우나오션을 운영해왔다. 라비에벨은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세 번째 골프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순서로 따지면 우정힐스가 첫째, 마우나오션이 둘째인 셈이다. 이 가운데 맏형 우정힐스는 동생들이 넘볼 수 없는 위상을 자랑한다.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의 무대라는 상징성은 우정힐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또한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선정, 발표하는 '한국 10대 코스' 2위의 명예도 우정힐스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렇다고 라비에벨이 한참 뒤진다고 할 수는 없다. 꽤 괜찮은 입지 조건에 현대적 감각으로 설계를 하고, 최신 공법으로 만들어졌으니 하드웨어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우정힐스의 운영, 관리 기법이 그대로 더해져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갖추게 됐다. 우정힐스의 관리 핵심 인력이 이곳에 배치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라비에벨이 말하는 ‘명품’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잘 만들고, 잘 관리하는데 그 주체가 코오롱그룹이라는 것. 이미 우정힐스를 통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개장과 함께 '명품'을 자신 있게 내걸었다고 할 수 있다.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잘난 형 본받아 잘 큰 동생은 있다는 것. 우정힐스와 라비에벨의 모습이 꼭 그렇다.




올드 코스&듄스 코스

클럽하우스 곳곳을 살펴보는 동안 라비에벨 관계자들은 "앞서 개장하는 올드 코스를 보면 '바람이 고요해 마음이 보인다'는 대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코스로 향했다.

올드 코스의 콘셉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골퍼들에게 다양한 도전의식과 전략적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코스의 생태적인 시스템을 고려해 자연과 가깝고,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골프코스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바람이 고요해 마음이 보인다'는 대목은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코스를 살피는 동안에도 궁금증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잘 관리된 양잔디 코스에서 홀아웃을 이어가다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람이 심하지 않다'였다.

이날 갑자기 궂어진 날씨는 때아닌 눈보라를 몰고 왔다. 휘날리는 눈발이 기온도 크게 떨어뜨렸다. 실시간 날씨예보는 골프장 인근 지역까지 상세히 보여줬다. 근래 날씨예보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신뢰할만한 정보였다. 그런데 코스에서는 눈발이 살짝 날린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보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만 그 정도가 매우 약했다.

바람이 고요한 곳, 라비에벨의 입지 조건 중 하나로 소개됐다. 시선을 코스너머 사방으로 옮겼다. 그러자 동서남북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산 속 분지에 코스가 앉혀진 모습이었다. 실제로 라비에벨은 풍수지리적으로 안산, 주산, 청룡, 백호의 사신사(四神砂)가 제대로 갖춰졌다고 평가된다. 지형적으로 바람이 고요한 배경이다.

'고요한 바람'은 바람이 적게 부는 자연적인 부분, 마음을 짓누르는 근심을 뜻하는 내적 부분을 포괄한다. 바람이 적게 부는 코스에서 근심 걱정 내려놓고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라비에벨CC가 머잖아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바람이 고요한 곳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골퍼라면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로 가보라. 그곳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라비에벨이 있다.



[Mini Interview]
"골퍼들이 사랑하는 골프장 만들 것"

코오롱그룹은 세 번째 골프장 라비에벨CC 개장을 앞두고 장재호 총지배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는 마우나오션 부총지배인 출신으로 현장에서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익힌 인물이다. 반경 20킬로미터 내 수십개 골프장이 치열한 내장객 유치 경쟁을 펼치는 난제를 잘 풀어낼 적임자로 꼽혔다는 뜻이다. 다음은 장 총지배인과의 일문일답.

라비에벨이라는 이름이 생소합니다.
골프장 관계자들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뜯어보니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람이 고요하니 마음이 보이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골프장’이라는 뜻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이죠. 이곳의 지형과 골프장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 자체도 좋지 않은가요? 인생은 아름다워(웃음).

코오롱그룹 소유 골프장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치를 크게 높여주는 분위기입니다.
맞습니다. 코오롱그룹은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우정힐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오픈 개최지로 명성을 얻고 있고, 그런 골프장을 소유한 기업이 새롭게 골프장을 개장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기대가 큽니다. 한편으로는 큰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비에벨의 훌륭한 모습을 보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근래 골프장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라비에벨도 경쟁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따진다면 분명 수요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라비에벨이 자리한 춘천권은 골프장이 밀집된 곳으로 평가됩니다. 반경 20킬로미터 내에 약 20개의 골프장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장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겠죠. 하지만 골프장 수준이 높아서 골퍼들이 플레이하고 싶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골퍼들이 사랑하는 골프장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마우나오션에서 근무하며 골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이곳에서 준비한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골프장 인근에 복합리조트 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이곳은 최초 골프장을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만들어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54홀 골프장만 만든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때마침 회원권 분양이 안 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게 됐습니다. 코오롱그룹에서 인수한 후 최초 추진됐던 골프장, 복합리조트로의 개발이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코오롱그룹이 ‘신뢰’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조성되는 18홀 코스는 어떤 형태를 띠나요.
송호 설계가가 설계를 맡았고, 듄스 코스로 조성됩니다. 듄스는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 형태입니다. 송호 설계가가 자신이 추구해온 코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어느 곳보다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산 속에 듄스 코스라, 상당히 재미있지 않나요. 내년 5월이면 그 실체가 공개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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