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오픈(디오픈 챔피언십)의 상징은 클라레 저그의 형상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7일(한국시간) 전 세계 주요 골프 협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골프계 연례 봄의 의식인 마스터스가 취소되지 않고 11월로 연기된 것은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2020년 브리티시 오픈(디오픈 챔피언십)이 취소된 것은 골프 팬들에게 아쉽다. 이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후 7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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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메이저 대회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26번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치러지는 동안 15차례 취소되었고, 9번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요 투어가 중단된 거의 150년 전, 또 다른 메이저 골프대회가 취소되었다. 세계 전쟁이나 전 세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엉뚱하게도, 1871년 브리티시 오픈은 트로피가 없어 취소되었다.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사실로 알려진 이야기다. 1870년 챔피언인 '영(Young)' 톰 모리스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초기 브리티시 오픈 트로피인 '챌린지 벨트'를 소유할 권리를 얻었다. 

여기서 '영'은 이름이 같은 그의 아버지와 구분하려는 수식어다. 마치 '아들'처럼. 그리고 그때 트로피는 지금의 '클라레 저그'가 아니었다.

당시 브리티시 오픈은 성장통을 겪고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토너먼트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 3연패 하는 선수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지 못한 대회 주최측은 어떻게 할지 혼선이 빚어졌고, 관련 규정도 없었다. 결국 1871년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영국 골프 박물관의 부관장인 피오나 맥도날드는 미국 골프채널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마도 그들은 브리티시 오픈을 세 번 연속해서 우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아니면 누군가가 우승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결국 이 사건은 브리티시 오픈이 시스템을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하며 조금 더 발전할 가능성을 열었다. 

▲브리티시 오픈(디오픈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 2018년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이 개최됐을 때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전시됐던 모습이다. 사진제공=대한골프협회


브리티시 오픈은 1860년 10월에 처음 열렸다. 최고의 선수를 가리기 위한 연례 대회로, 프레스윅 골프클럽 회원들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다양한 선수들을 초청한 것. 

글래스고 헤럴드에 따르면, 이 대회는 당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프로들이 큰 관심을 가졌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참가 대상이었고, 상금 외에도 우승자에게는 골퍼와 캐디를 형상화한 은판으로 장식된 빨간 모로코산 가죽으로 만든 챌린지 벨트가 수여되었다. 

당시 30파운드로 평가된 이 벨트는 간직할 가치가 있는 트로피였고, 3연속 오픈 우승자에게 벨트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영' 톰 모리스의 3년 연속 우승 이후 초기 브리티시 오픈 관련자들은 1871년 봄 프레스윅에서 회의를 열어 대회 존속 여부를 논의했다. 여기서 새로운 벨트를 제공하고 대회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수정안이 나왔고, 다른 제안들도 제시되었다. 가령, 다른 클럽들을 더 참가시켜 트로피 비용을 분담하고 토너먼트 개최에 번갈아 참여하자는 것. 여러 제안들은 표결에 부쳐졌다.

그리고 1872년 수정안의 발표됐다. 모든 골퍼에게 공개되는 진정한 오픈으로, 매년 관련 3개 링크스가 돌아가며 경쟁할 수 있는 챔피언십이 됐다. 선수들에게 상금이 추가되었고, 영구 소유할 수 있는 메달이 수상자에게 주어졌다.

영 톰 모리스는 1872년 대회마저 제패하며 4회 연속 우승했고, 그는 메달까지 차지했다. 당시는 클라레 저그가 완성되지 않았다.

1년 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로피가 톰 키드에게 수여되었다. 세인트 앤드류스에서 처음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 제이미 앤더슨을 1타 차로 이겼다. 

새 규정에는 아무리 연속해서 우승하더라도 클라레 저그는 우승자의 영구 소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되었다. 이후 10년 안에 앤더슨과 밥 퍼거슨 둘 다 브리티시 오픈에서 세 번 연속 우승한 것을 고려하면, 대회 주최측으로서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현재 최초의 클라레 저그는 물론, 오리지널 챔피언 벨트는 R&A 클럽하우스에서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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