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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구의 빨간벙커] 골프공 선택은 신중하게…햇밤은 3PCS?
장보구 news@golfhankook.com
▲골프공 상표는 칼럼 내용과 관련 없어서 흐리게 처리했음. 사진제공=Tristan Jones


[골프한국] 골프 연습장을 가면 스윙 연습을 하는 타석은 꽉 차 있어도 퍼팅 연습을 하는 그린 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골프연습장의 그린은 주차장 한편이거나 구석진 곳에 있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연습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그늘이 만들어지는 한적한 곳에 조성되어있다. 여름 아침마다 새들의 지저귐이 부산스럽기도 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둥지를 떠났는지 한결 조용해졌다. 

퍼팅 연습을 하면서 집중하고 있는데 '툭, 툭'하며 돌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돌을 굴리는 듯한 소리가 숲에서 들려온다. 애써 외면하고 그린 스피드에 맞춰 리듬과 템포를 생각하며 연습에 몰입한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보니 같이 연습하던 아내가 안 보인다. 두리번거리며 산 쪽으로 걸음을 옮겨보는데 무언가 흡족한 듯한 표정의 아내가 나타난다. 바람막이로 입고 온 네이비색 점퍼 주머니가 볼록하다. 내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민다. 
"이것 좀 봐." 

내민 손에는 매끈하고 단단한 알밤이 있다. 토실토실하고 골프공만 한 알밤이다. 좀 전에 들었던 돌 던지는 소리는 밤 떨어진 소리였나 보다. 떨어진 밤이 낙엽 사이에 있어서 주워왔단다.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알밤을 발견하면 새 공을 주운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해한다.

골프공은 골퍼에게 중요한 장비다. 프로 골퍼들의 장비는 협찬사와 계약을 통해서 지원을 받는다. 유명선수들이 사용하는 상품은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거액의 계약이 성사되기도 한다. 많은 장비를 사용하는 골프에서도 선수들이 특별히 계약에 신경을 쓰는 곳이 있는데 퍼터와 골프공이라고 한다. 

다른 장비는 바꿔도 별 문제가 없지만 퍼터와 공은 골퍼들이 좀처럼 잘 바꾸지 않는다. 선수들이 퍼트와 골프공을 바꾸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사용하며 느껴온 익숙함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브랜드를 바꿔가며 연습해보기도 하지만 골프공은 브랜드를 바꿔서 연습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클럽 결정보다 골프공은 한 번 선택하면 거의 변화를 주지 않을 것 같다. 

오랫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골프공을 바꾼 선수가 있는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리키 파울러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더컵에 출전했던 파울러는 더스틴 존슨과 한 조로 포섬 매치에 나가게 되었고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골프공이 아닌 존슨의 공으로 경기를 하게 되었다. 라이더컵이 끝나고 파울러는 골프공의 스폰서를 바꿨다.

모든 장비를 다 바꾼 선수가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리디아 고는 '천재' 소리를 들었던 골퍼다. 어린 나이에 세계 1위를 하기도 했고 골프를 너무 쉽게 치면서 얄미울 정도로 퍼팅도 잘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도 그녀의 성장을 멈추게 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것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을 때 '적어도 퍼터와 골프공은 그대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바꾼 그녀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리디아 고. 사진제공=Gettty Images

연습장에서 사용하는 골프공은 2PCS 볼이다. 2PCS 골프공은 고무 성분으로 된 코어와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외피로 구성돼있다. 이 코어와 외피 사이에 한 겹을 더 싸게 되면 3PCS가 된다. 이처럼 4PCS, 5PCS도 만들어진다. 

2PCS는 만들기 쉽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탄성이 좋아서 멀리 간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제어하기 힘들다. 섬세하게 컨트롤해야 한다면 3PCS이상의 볼을 사용해야 한다. 3PCS이상은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보기 플레이어 수준에 이른 골퍼라면 자신에게 맞는 골프공을 찾아봐야 한다. 

골프공의 특질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퍼팅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일정한 리듬에 맞춰서 스트로크 연습을 해보면 공의 특징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2PCS와 3PCS의 구분은 공이 맞는 순간 손바닥에 전달된다. 그리고 굴러가는 공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일정한 연습을 해야 한다. 지루하지만 퍼팅 연습은 집중력에 도움을 준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미국에서는 퍼팅을 먼저 가르친다는 얘길 들었다. 7번 아이언을 들고 시작하는 우리로선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환경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필드를 나가기 위해 연습장에서 연습과 레슨을 받지만, 필드에서 시간의 제약 없이 골프를 시작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굴리든지 띄우든지 앞으로 가면 될 터이고, 그린에 도달해서 홀을 마치기 위해선 퍼팅을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퍼팅을 먼저 가르치는 미국식 교육방법은 스스로 마무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골프는 공이 홀에 들어가야 끝나기 때문이다.

집으로 와서 주워온 밤을 까기 시작했다. 밤은 단단한 외피인 겉껍질을 벗겨내자 살에 달라붙은 속껍질이 나왔다. 속껍질을 벗겨내야 밤 맛을 볼 수 있었다. 밤은 3PCS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11-05 08: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