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신사는 아니다. ‘배려의 스포츠’라고도 하지만 동반자가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갖기도 어렵다.

미국의 프로골퍼 데이브 힐이 “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하기에 가장 어렵고 속이기에 가장 쉬운 경기”라고 한 것이나 영국의 명 골프칼럼니스트 버나드 다윈이 “골프는 악마와 벌이는 경기다.”라는 정의를 내린 것을 봐도 골프가 얼마나 비신사적이고 부정과 적대감에 빠지기 쉬운 스포츠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골프 룰을 어기고, 볼을 터치하고, 스코어를 속이거나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는 골퍼는 동반자들로부터 ‘어글리 골퍼’ ‘더티 골퍼’라는 비난을 듣거나 왕따를 당한다.

동반자들로부터 이런 비난을 듣는 것보다 골퍼로서 더 비참하고 불행한 것은 캐디로부터 ‘진상 골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캐디들이 꼽는 대표적인 진상 골퍼의 4대 유형이 ‘거북이맨’ ‘섰다맨’ ‘피아노맨’ ‘왕년맨’이다.

‘거북이맨’은 모자와 장갑을 빼고는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이 샷을 해야 할 순간에야 이것저것 챙긴다. 주머니에 여분의 공이나 티, 마크도 없이 수시로 캐디에게 손을 벌린다. 

‘섰다맨’은 골프코스 어디서건 미리 준비하지도 않으면서 달팽이처럼 굼뜨게 움직인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도 연습스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등 루틴이 유난히 길다. 세컨 샷을 할 때도 미리 채를 한두 개 뽑아가지 않고 현장에 가서 캐디에게 몇 번을 달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러프에 들어간 볼을 함께 찾을 생각 않고 캐디가 찾아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린에 올라와서도 스스로 볼 마크를 하지 않고 스트로크 하는 것 외에는 모두 캐디에게 의존하다. 물론 볼이 홀에서 빗나가면 자신이 잘못 친 것은 생각않고 캐디가 볼을 잘못 놓았다고 비난한다. 

수시로 캐디를 터치하거나 진한 음담패설을 하는 ‘피아노맨’은 ‘미투’바람이 불면서 수그러든 편이나 가장 캐디를 불쾌하게 하는 행위다.

‘왕년맨’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에 많은데 한창 때의 비거리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실패하기 십상인 롱아이언을 고집하고 도그렉 코스에서 질러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대체하면 쉽게 플레이할 수 있을 텐데 자존심 때문에 거부한다.  

모든 것을 캐디에게 의존하면서 그 결과가 나쁘면 모두 캐디 탓으로 돌리는 ‘니탓맨’도 캐디들이 싫어하는 ‘진상 골퍼’다. 

이밖에 날씨 탓을 하거나, 다른 골프장과 비교하고 동반자가 티샷을 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입을 놀리는 골퍼도 ‘진상 골퍼’로 분류된다. 
잃어버린 볼을 찾으러 갔다가 주머니 가득 로스트 볼을 챙겨오는 골퍼, 숲속의 열매를 따 먹는데 정신이 팔린 골퍼도 캐디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철저하게 팀 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캐디의 입장에선 늑장 플레이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보면 동반자들이 알아서 척척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플레이를 펼치면 캐디로부터 얻는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
캐디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진상 골퍼’의 오명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진상 골퍼’를 만나면 캐디들은 ‘잡일’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겨 정작 골퍼들이 진짜 필요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충실할 수 없다. 
샷을 날려야 하는 방향과 거리, 위험지역의 예고, 섬세한 퍼팅 라인 읽어주기 등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여유가 없으니 한 사람의 ‘진상 골퍼’는 다른 동반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셈이다. 

‘모든 진상 골퍼들은 자신이 진상 골퍼인지 모른다’는 말이 나도는 것을 보면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이 어렵기 어려운 모양이다.
나는 과연 진상 골퍼가 아닐까 자문해 볼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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