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두 손을 가슴 한 가운데 모으는 합장(合掌)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통용되는 공통적 경배법이다. 합장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존경심과 절대적 믿음을 표현하고 가벼운 목례와 함께 통상적 인사예법으로도 통용된다.

힌두교가 번성한 지역에선 합장과 함께 ‘나마스테’(Namaste, ‘이 순간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뜻)라고 말하는 인사가 대표적이고 불교가 널리 퍼진 태국이나 티베트 등 동남아의 넓은 지역에선 합장을 하며 가볍게 머리를 숙이는 게 일반적 인사예법이다.
두 손의 손가락을 교차시켜 맞잡는 기독교나 가톨릭의 기도하는 자세도 그 의미는 합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두 손을 모으는 합장은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일심(一心) 외에 많은 상징을 갖고 있다.

서양식 악수가 상대를 해칠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빈손을 내민 것에서 유래되었듯 빈손을 한데 모은 합장은 상대에 대한 인사인 동시에 해칠 의사가 없다는 무쟁(無爭)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것은 바로 평화를 상징한다.
합장을 하려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데 이는 겸양, 하심(下心)을 뜻한다. 어떤 물질적 정신적 집착에서도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가진 것을 놓아버려야 하니 결국 자신을 비운다는 고차원의 정신수양을 하는 셈이다.
   
지하 동굴에 갇혔다가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태국 유소년 축구팀의 소년과 지도자가 동굴 밖으로 나와 보인 첫 행동이 바로 합장이었다.
구조팀은 물론 의료진, 보도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목례와 함께 합장하는 모습은 그렇게 순수해보일 수 없었다.
죽음 직전의 문턱에서 고통 받는 자신들을 구조해주고 걱정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인사법이 없어보였다. 소년들의 합장엔 소년들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LPGA투어에서도 합장은 낯설지 않다. 태국을 대표하는 주타누간 자매들의 활약과 함께 이들이 경기 순간순간에 보여주는 합장은 그들만의 개성 넘친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잠깐의 슬럼프를 딛고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아리야 주타누간(22)과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24)에게 합장은 매우 다용도로 쓰인다.

우승 퍼팅을 마치고 나서는 물론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동반자에게 인사할 때나 환호하는 갤러리들에게 답례를 보낼 때, 어려운 퍼팅을 성공했을 때, 위험한 벙커와 러프에서 기적적으로 빠져나왔을 때 습관적으로 합장을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주타누간 자매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함께 합장으로부터 많은 효험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타누간 자매의 경우 최근 긴장된 순간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짓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런 루틴이 긴장을 풀고 평소의 리듬을 유지하는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잦은 합장 자세는 경기 집중, 불안·초조로부터의 해방, 마음 비움, 평정 등 골프가 필요로 하는 정신적 요소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

주타누간 자매 외에도 많은 태국선수들이 LPGA투어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선수들을 위협하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것도 생활화된 합장의 습관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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