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사진제공=KLPGA)과 하타오카 나사(사진=ⓒ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KLPGA투어에서 슈퍼 루키 최혜진(18)이 우승 소식을 전하자 뒤이어 LPGA투어에선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畑岡奈紗o19)가 LPGA투어 첫 승을 쏘아 올렸다.

최혜진은 24일 경기도 안산시 아일랜드리조트 웨스트사우스 코스에서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에서 우승,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 아마추어시절 2승을 포함해 통산 4번째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하타오카 나사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나클CC에서 막을 내린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192타로 2위 오스틴 언스트(미국)를 무려 6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최저타(종전기록 2017년 유소연 18언더파 195타)기록을 갱신하며 화려한 우승 신고식을 치렀다. 하타오카로선 2017년 LPGA 데뷔 2년 만의 첫 우승이다.


최혜진과 하타오카 나사는 10대 후반의 골프천재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이는 최혜진(1999년8월23일 생)이 하타오카(1999년1월13일 생)보다 7개월가량 어리다. 신장은 최혜진이 167cm로 하타오카(158cm)보다 크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배워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것이나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도 닮았다.

최혜진은 15세 때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US 여자오픈에 참가, 박성현과 우승경쟁을 벌이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해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놀라게 했다.
올 시즌 프로로 전향한 그는 벌써 2승을 챙긴 데다 대회마다 팬을 몰고 다니며 우승 경쟁을 벌여 KLPGA투어의 대표선수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타오카 역시 아마추어 시절이 범상치 않았다.
2015년, 2016년 IMG 아카데미 월드 주니어 챔피언십을 2연패하는가 하면 17세 때인 2016년 일본 여자오픈에서 우승, 아마추어 첫 우승과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6년 LPGA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참가해 공동 14위로 LPGA투어 자격을 얻은 그는 2017년 시즌 17개 대회에 참가해 9개 대회 컷 통과하는 정도의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Q스쿨에 재도전해 수석으로 통과해 올 시즌에 나올 수 있었다.

두 선수의 천부적 소질이나 스윙의 품질, 골프에 임하는 자세 등을 보면 골프선수로서 이들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이 겁날 정도다. 두 선수 모두 단순히 기량이 뛰어난 차원을 넘어 경기를 이끌어가는 자세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

하타오카의 경우 단신에 단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신의 서양선수들 틈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기만의 플레이를 펼칠 줄 안다. 멋진 샷을 날렸다고 기고만장 하지 않고 미스 샷을 냈다고 침울해 하지도 않는다. 모나지 않은 얼굴만큼이나 그의 정신세계는 둥글다는 느낌을 준다.

보통 선수 같으면 일본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여유롭게 화려한 프로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자국의 투어가 아닌 세계의 강자들이 모이는 LPGA투어를 선택한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결단이 아니다.

최혜진은 이정은6(22)와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이끌 쌍두마차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이들의 스윙은 많은 선수들이 익힌 교과서적인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 같은 절제된 아름다움이 넘친다. 결코 몸을 해칠 스윙이 아니다. 그래서 긴 수명이 보장돼 보인다.

경기에 임하는 이들의 표정 또한 달관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경쟁의식이나 꼭 승리해야겠다는 욕심을 찾기 어렵다. 철저하게 골프를 즐기고 경기에 몰입하는데서 기쁨을 얻는 듯하다. 다가온 우승이 멀어지거나 중위권으로 떨어질 때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LPGA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하타오카 나사의 경우는 귀중한 타산지적(他山之石)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 투어에서 큰 어려움 없이 적당히 승수를 쌓으며 선수생활을 보낼 수도 있지만 개안(開眼)을 위해선 안주(安住)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인들이 믿음을 굳게 하기 위해 순례 길에 오르듯 골프선수도 다양한 골프의 세계로 순례 길에 나서야 한다. 오늘의 손흥민이나 기성용이 존재하는 것도 이들이 국내 리그에 안주하지 않고 고난의 순례 길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넓은 무대로 떠나라는 의미가 아니다. 성공을 좇다보면 염두에 둔 성공을 얻지 못할 때 찾아오는 좌절이나 패배감을 이겨낼 수 없다. 이런 자세로 LPGA에 뛰어들었다 방황하는 선수들의 예는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다.

골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경험하겠다는 자세로 골프의 순례 길에 올라야 한다. 기량을 더 심화시키고 많은 경험을 쌓고 외국어도 익힌 뒤에 큰물로 나설 요량이라면 오산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상황은 결코 오지 않는다. 완벽한 여행준비가 무의미하듯 순례에 나서는 사람에게 완전한 준비는 낭비다.

더 큰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에게 필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