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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또 우승 놓친 전인지에게 절실한 것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전인지가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년 8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맥없이 놓친 전인지를 보는 국내 골프팬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의 골프팬들은 악천후 때문에 3라운드 54홀로 축소 진행된 LPGA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그렇게 고대하던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기대하고 있었다. 탐스런 긴 머리를 자른 결의가 결실을 맺기를 바랐다.

전인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윌리엄스버그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에서 열린 마지막 3라운드에서 아리아 주타누간(23·태국), 하타오카 나사(19·일본)에게 추월당했다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골프팬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그녀 특유의 우승세리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연장전 첫 홀에서 파에 그치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전인지는 이날 1타 차 단독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했으나 전후반 3 타를 줄이는데 그친 반면 추격자 주타누간이 5타, 하타오카 나사가 4타를 줄여 전인지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전인지로선 17번 홀의 긴 버디 퍼트가 기적적으로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연장전에도 못 나가고 3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골프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그가 연장전 첫 홀에서 버디를 못해 경쟁에서 하차했기 때문이 아니라 동타를 이룰 때까지 그가 보인 경기 모습 때문이다.

전인지의 경기 스타일이 그렇기는 하다. 우아한 미모에 우아한 스윙을 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를 보면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선수 같지가 않다. 미스 샷을 낸 후에도 화를 낼 줄 모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플레이로 이어간다.

언뜻 고도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의 우승을 고대하는 팬들의 시각으로 보면 우승에 대한 절박함이 결여된 것으로 비친다.

실제로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이 전인지의 이런 자세를 지적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너무 물렁하다’ ‘근성이 부족하다’ ‘독기가 없다’ ‘그냥 저냥 흘러간다’ ‘모질지가 않다’ 등.

전인지의 골수팬들이 절박함이나 파이팅이 결여된 그의 경기 자세를 대놓고 거론하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전인지가 경험한 LPGA투어 세 번의 연장전에서 모두 패배를 맛본 것도 이런 자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14년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백규정, 브리트니 린시컴과 붙은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은 백규정에게 우승컵을 넘기면서 LPGA투어 첫 승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6월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에서는 아리야 주타누간, 렉시 톰슨과 치른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낚은 주타누간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그의 팬들이 올린 댓글들을 떠올리며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 그가 과연 우승에 목말라 하는 선수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은 보기는 좋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느낌을 준다. 부진 탈출, 도약을 위해선 때로는 분노도 하고 자학도 필요한데 전인지에겐 그런 게 안 보인다.
 승리에 굶주린 맹수들이 우글대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분노도 할 줄 알아야 되는데 전인지는 마냥 순한 양 같다.

지극히 목이 마르면 손톱이 상하더라도 흙을 긁어내 우물을 파야 하는데 전인지는 흙을 만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기회가 오면 움켜쥐고 놓지 않는 악력(握力)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는 잡은 기회도 스르르 놓치는 것 같다.

그와 함께 우승경쟁을 벌인 아리야 주타누간, 하타오카 나사는 물론 라오스의 소수민족 출신인 메간 캉(21) 등의 경기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2017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우승을 못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도 물러났으나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절치부심, 6개월 만에 투어 8승째를 챙기면서 상금순위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박인비를 밀어내고 1위에 다시 복귀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결기가 배어난다.  

단신의 하타오카 나사, 메간 캉이 경기하는 모습은 마치 포식동물들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먹이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헤매는 차상위 포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를 한다.  

 
전인지를 사랑하는 팬들이 그의 빼어난 미모와 우아한 스윙,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 팬들에 보내는 따뜻한 눈길과 손짓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우승 갈증의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산보하듯 경기하는 전인지까지 사랑해줄 지는 의문이다.

스포츠 선수의 존재가치는 승리를 쟁취하는 치열한 과정을 보여주는데 있다. 히딩크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승리를 향한 그의 절박한 자세 때문이다. 그가 맡은 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그는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다”며 승리를 갈구했다.

승리를 절박하게 갈구하지 않는 선수는 팬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사실을 전인지가 깨닫기 바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5-23 05:5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