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사진제공=KPGA)과 장하나(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프로골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마드 골프(Nomad Golf)’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유목민들이 물과 목초지를 찾아 가축을 이끌고 이동하듯 프로골퍼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투어를 찾아 이동하는 시대가 되었다.

프로골프 세계의 환경 변화가 '노마드 골프'라는 새로운 흐름을 촉발했지만 골프와 유목은 태생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골프라는 운동의 기원이 스코틀랜드의 들판에서 양떼를 몰던 목동들이 심심풀이 삼아 가죽 뭉치를 막대기로 쳐서 토끼 굴에 넣는 놀이를 한 데서 비롯되었으니 더 이상 밀접할 수가 없다.

목동들은 더 좋은 목초지를 찾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골프 놀이를 즐겼다. 목축 규모나 이동거리는 몽고나 중앙아시아 대초원에서의 유목과 비교가 안 되지만 풀과 물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목동들의 심심풀이 놀이가 ‘불가사의한 스포츠’ 골프로 발전했고 이 놀이를 즐기는 주인공들이 목동이 아닌 직업적인 프로골퍼로 바뀌었을 뿐이다.

동물의 세계에선 아무리 상위에 있는 포식동물이라 해도 늙고 병들면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엔 정글을 떠나야 한다. 프로골프의 세계도 정글이나 다름없다. 정글 안에서 버틸 수 없으면 그 정글을 떠나 하위 포식자들이 사는 새로운 정글을 찾아야 한다.

적당한 성취에 만족할 수 있다면 경쟁이 덜 심한 투어에서 안주할 수 있지만 보다 큰 꿈을 실현하려면 큰물로 나서야 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투어의 환경이 자신과 얼마나 잘 맞느냐 여부도 ‘골프 노마드’의 성공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남녀 프로골퍼들이 큰 꿈을 안고 해외 투어에 도전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절반의 성공도 하고, 실패만 맛보고 보따리를 싸기도 한다.

프로골퍼들에게도 유목민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강자들 사이에서 가망 없는 승리를 기대하며 세월을 허비할 것인가, 자신이 감당해 낼 수 있는 무대에서 승리를 맛보며 프로골퍼의 피날레를 정리해갈 것인가 냉철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주 승리를 챙긴 양용은(46)과 장하나(26)는 지혜로운 골프 노마드의 전형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으면서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이 된 양용은은 PGA투어에선 2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유러피안투어에서 2승, 일본투어에서 5승, 한국투어에서 3승 등 다양한 무대에서 노마드 골퍼의 지혜를 발휘했다.

지난해 12월 JGTO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 수석합격을 차지하며 12년 만에 JGTO에 복귀한 것 자체가 대단한 결단이었는데 지난달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GC에서 막을 내린 크라운스 대회에서 우승, 일본투어에서 11년 7개월 만에 통산 5승을 달성했으니 타고난 노마드 골퍼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우승은 KPGA투어와 원아시아투어를 겸해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장하나의 경우는 이색 골프유목민에 해당된다. 2015년 LPGA투어에 진출, 통산 4승을 거두며 팬을 몰고 다니는 인기몰이를 했으나 가족을 위해 귀국을 결행했다. 국내 복귀 후 한동안 우승권에 접근하지 못하다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에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마저 차지, 그의 국내 복귀가 현명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PGA투어, EPGA투어, JPGA투어, LPGA투어, JLPGA투어에서 많은 한국선수들이 골프 유목생활을 하고 있고 이정은6나 최혜진 등 유망주들도 국내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골프 노마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골프 노마대 시대에 한국선수들이 어떻게 적응해나가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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