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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주타누간 자매의 감동적인 동행…모리야 주타누간 휴젤-JTBC LA오픈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우승한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을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아리야 주타누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CC에서 끝난 LPGA투어 휴젤-JTBC LA오픈에서 태극낭자의 시즌 4승은 좌절되었지만 태국의 모리야 주타누간(23)의 우승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고진영과 함께 공동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모리야 주타누간은 고진영, 박인비, 유소연, 지은희 등 막강한 태극낭자들의 협공에도 흔들리지 않고 LPGA투어 진출 6년 만에 첫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그의 우승은 LPGA투어 156번째 대회 만에 얻은 값진 승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뒤늦게 LPGA에 뛰어든 1년4개월 어린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22)의 그늘에 가려 자연도태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인간승리가 아닐 수 없다.

아리야 주타누간이 LPGA투어 데뷔 이후 워낙 화려한 성적을 거둬 모리야 주타누간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빛을 잃었지만 LPGA투어에서의 그의 위치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모리야 주타누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출중했다. 2008년 브리티시 주니어오픈에서 사상 처음 여성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11년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대회에서 2위, 2012년 남태평양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태국 골프의 미래로 주목 받았다. 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한 그는 2013년 LPGA투어에 뛰어들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우승은 없었지만 2016년 29개 대회 중 24개 대회 컷 통과, 2017년 28개 대회 중 27개 대회 컷 통과 등 상위권을 유지했다.

모리야 주타누간의 존재감은 2014년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이 LPGA투어에 동참하면서 빛을 잃기 시작했다. 동생은 신장이 그(155cm)보다 15cm나 더 큰데다 좋은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스윙으로 드라이버가 필요 없을 만큼 비거리를 자랑했다. 데뷔 첫해를 무난히 보낸 아리야 주타누간은 2년차인 20016년 28개 대회 중 27개 대회 컷 통과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7년에도 2승을 보태 어느새 LPGA투어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이에 반해 모리야 주타누간은 아리야 주타누간의 언니로 통하며 우승 없이 LPGA투어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그에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매가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역시 아팠을 것이다. 동생의 우승을 축하해주면서도 자신의 초라함을 극복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라도 동생에 대한 시기나 질투의 감정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의 세계엔 ‘형제살해(fratricide, siblicide)’가 왕왕 발생한다. 여러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지만 새끼들끼리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형제나 자매가 같은 형제나 자매를 죽이는 일이 일어난다. 조류의 경우 힘센 새끼가 약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먹이를 독차지 하고, 하이에나 같은 포유류도 새끼들끼리 치열한 싸움을 벌여 약한 새끼는 희생된다. 상어의 경우 알 속에서부터 모자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형제를 뜯어먹는다고 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형제 혹은 자매 살해는 찾기 어렵지만 우열이 갈라지는 현상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타누간 자매의 경우 언니가 동생의 그늘에 가려 인생행로가 완전히 엇갈리는 운명에 빠질 위기를 맞았다. 여러 유리한 조건을 가진 아리야 주타누간은 승승장구하고 모리야 주타누간은 동생의 그늘에 가려 생존에 급급한 처지가 되기 십상이었다. 한국선수의 우승이 좌절되었음에도 많은 골프팬들이 모리야 주타누간의 우승에 마음의 갈채를 보내는 것은 두 자매가 동물세계의 냉혹한 관계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어느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던 부모의 기쁨이야 얼마나 컸을지. 

LPGA투어에서 자매선수는 꽤 있었지만 주타누간 자매처럼 자매가 우승한 경우는 살아있는 골프의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동생 샬로타 소렌스탐 자매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아니카 소렌스탐의 경우 1994년 LPGA투어에 들어와 2008년 은퇴할 때까지 각종 국제대회에서 무려 72승을 올리며 미국과 유럽의 각종 상을 휩쓸었다. 언니의 성공에 자극받아 3년 늦게 동생 샬로타 소렌스탐이 LPGA투어에 합류했으나 2001년 한국에서 열린 LPGA투어 현대증권 레이디스 오픈에서 처음 우승을 맛본 뒤 더 이상 승리를 보태지 못하고 LPGA를 떠났다.

미국의 제시카 코다(25)와 넬리 코다(19) 자매도 서로에게 긍정의 영향을 미치며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 기대가 크다.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20)의 언니 브리타니 핸더슨도 한때 LPGA 2부 투어에서 골프선수로 활동했으나 한계를 깨닫고 동생의 캐디로 나서 멋진 동행을 하고 있다.

박희영(30) 주영(27) 자매도 LPGA투어에서 함께 활동했으나 언니는 2승을 챙기며 잘 버텨내고 있으나 동생은 시드권을 지키지 못해 귀국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4-24 00: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