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LPGA 투어 CME그룹 추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고진영(22)이 심사숙고 끝에 내년 LPGA투어에 진출키로 결정했다.

지난달 LPGA투어 아시안 스윙 5개 대회 중 첫 번째 대회로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코스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 직행티켓을 확보한 고진영은 언제부터 이 티켓을 사용할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오래 전부터 LPGA투어 진출 꿈을 키워온 그로서는 시기만 문제일 뿐 미국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그가 진출 시기를 놓고 고심한 것은 자신처럼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 신데렐라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귀국 보따리를 싼 선배들의 실패한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KLPGA투어에서도 스타 대우를 받으며 잘 나가는데 섣불리 LPGA투어에 뛰어들었다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두 마리 꿩을 쫓다 다 놓친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신중하게 심사숙고했을 터이다.

LPGA투어 진출 첫해에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월드스타로 부상한 박성현(24)을 비롯해 김세영(24) 장하나(25) 전인지(23) 김효주(22) 등 한두 살 터울이거나 또래의 성공적인 LPGA투어 활착(活着)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LPGA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합계 9언더파로 공동 16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이번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진영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내년시즌 LPGA 투어에 진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LPGA 투어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도전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즌 초반 LPGA투어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데 집중하고 이후 시즌 1승과 신인상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5년 8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처음 참가해 악명 높은 링크스 코스를 지배하며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 후반 아쉽게 박인비에게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에 머문 아픈 경험이 있는 그에게 시즌 1승과 신인왕 도전은 그리 벅차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LPGA투어 직행티켓을 선물한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박성현, 전인지, 리젯 샐러스, 이민지, 유소연, 카를로타 시간다 등 톱랭커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스스로 세계 톱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비스타임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목표와 포부는 지나치게 소박해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LPGA투어 활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2년 전부터 외국인 캐디를 고용해 영어를 익히며 LPGA 진출에 대비해왔다는 점이다. KLPGA 선수가 외국인을 캐디로 활용한 경우는 고진영이 유일하다. 처음부터 LPGA투어에서 인터뷰를 할 때 통역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전해진다.

현재 그의 캐디는 딘 하든(53·호주). 만능 스포츠맨으로 한때 프로선수로도 활동했으나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캐디로 방향을 전환했다. 캐디 경력 25년에 신지애 유소연 서희경 전인지 김효주 등 태극낭자들의 골프백을 메고 무려 34승을 합작해낸 베테랑이다.
이런 캐디와 2년 가까이 말과 마음을 섞었으니 LPGA무대가 낯설 까닭이 없고 미디어가 두려울 이유도 없다.   
부상이나 입스(yips)증후군에 발목이 잡히지 않는 한 고진영은 박성현 못지않게 성공적으로 LPGA에 굳건한 뿌리를 내려 새로운 스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딱 한 가지 노파심이 생기는 것은 고진영의 행보가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설적인 골퍼 진 사라젠은 이렇게 말했다.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
정신적 신체적 준비도 잘 되어있고, 언어문제나 경제적 문제도 별로 없기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휘파람 불다가 돌부리에 걸릴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런 노파심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