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히데키(25)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 5위를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에 진출한 일본 골프선수 중 역대 최강으로 평가 받는 마쓰야마 히데키(25)가 중요한 고비에서 눈물을 삼켰다.

지난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 할로 클럽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때 단독 선두로 나서며 일본인 최초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듯했으나 우승의 영광은 근래 보기 드문 견고한 플레이를 펼친 저스틴 토마스(24)에게 돌아갔다.

대망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후반전에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한 마쓰야마 히데키는 저스틴 토마스에 3타 뒤진 5위로, 세계 랭킹 2위에 올라선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쓰야마 히데키가 우승했다면 아시아인으로는 2009년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은 양용은에 이어 두 번째, 일본인으로는 사상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우상으로 여겨온 점보 오자키(70)를 뛰어넘어 단숨에 일본 최고의 골프영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쓰야마 히데키에 앞서 점보 오자키, 아오키 이사오, 마루야마 시게키, 가타야마 신고 등 많은 일본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 도전했으나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JPGA투어 2승 후 2013년 PGA투어에 진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최근 출전한 20개 대회에서 6승이라는 경이적 행진을 이어온 그는, 조던 스피스가 “마쓰야마는 오래 전부터 메이저 우승을 위한 준비가 된 선수”라고 평가할 만큼 유력한 메이저대회 우승후보였다.

좋은 체격(180cm, 82kg), 견고한 스윙, 톱클래스의 비거리를 갖추고 배짱도 두둑한 그가 결정적 순간에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60%에 못 미치는 페어웨이 적중률과 그린 적중률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원하는 대로 드라이버를 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런 기능적인 부분은 골프장과 연습장, 숙소를 오가며 연습벌레처럼 생활하는 그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리듬이 좋을 때 그는 종종 아무도 필적할 수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왔기에 기량을 탓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그의 골프 스타일에서 아킬레스건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점보 오자키나 아오키 이사오의 골프 스타일은 너무나 그와 닮았다.
점보 오자키로 말하면 아오키 이사오와 함께 일본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고교 졸업 후 프로야구선수로 뛰다 23세에 골프에 입문한 점보 오자키는 데뷔 2년째 첫 우승을 한 뒤 3개월 만에 5승을 거둬 ‘점보 시대’를 열었다. PGA투어 우승은 없었지만 10년간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었고 일본투어 아시아투어 등에서 통산 125승을 거둬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4월 66세에 참가한 쓰루야 오픈 첫날 9언더파 62타를 기록, 일본 골프 사상 최초로 에이지 슛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에 구름 갤러리가 따라다녀 ‘오자키 패밀리’ ‘오자키 군단’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골프로 성공하려면 오자키 문하로 들어가야 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점보 오자키보다 4세 많은 아오키 이사오는 일본투어와 PGA투어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일본투어에서 10승을 올린 그는 일본 시니어투어에서 8승, 미국 챔피언스투어에서 9승을 올리는 등 시니어투어에서의 인기가 더 높았다.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치치 로드리게스 등은 그의 호적수였다.

이 두 일본 골프영웅의 특징은 사무라이처럼 골프를 했다는 점이다. 얼굴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무라이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경기를 펼쳤고 여기에 일본 팬들은 열광했다.

마쓰야마의 골프 스타일 역시 사무라이를 닮았다.
그의 얼굴은 늘 전의에 차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다. 팬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에게 골프는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승패를 가려야 하는 대상이다.
이미 일본 역대 최고의 골프선수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그는 평소 100승을 거두면 점보 오자키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배 고수를 섬기는 사무라이 정신에 젖어있다. 골프 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그는 검 수련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사무라이 골퍼인 셈이다.

마쓰야마 히데키가 사무라이의 굴레를 벗어날 때 그는 새로운 골프 세계를 만날 것이고 메이저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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