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사진은 2017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김인경. 하단 사진은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링크스 코스 여기저기에 놓인 ‘The Home of Golf’라는 입간판.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열린 LPGA투어 2개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이 연속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골프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영국과 골프대국 미국의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졌다.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노스 에이셔 던도널드 링크스 코스와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린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링크스 코스 여기저기에 ‘The Home of Golf’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영국 중에서도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본향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존심을 갖고 있다.

신대륙으로의 이민이 활발해지면서 골프도 함께 미국으로 전파되었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영국은 미국 골프를 한 수 아래로 보았다. 골프 장비를 발전시키고 전통적인 스윙에 벗어나는 과학적 스윙을 개발해내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여겨 좀처럼 미국의 골프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 같은 골프 종주국의 경멸에 찬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골프선수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서 깊은 디 오픈을 비롯해 영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부지런히 참가해 실력을 과시했고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에서 골프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의 본무대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영국은 단지 골프의 발상지로서 R&A클럽(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을 중심으로 골프와 관련된 규칙과 에티켓 등을 관장하며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럽의 골프종주국으로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영국이 미국의 골프 수준을 제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골프코스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영국의 골프코스는 가급적 인공적인 요소의 가미를 배제, 자연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성된 데 비해 미국의 골프코스는 공원을 꾸미듯 정원처럼 조성돼 영국인들은 코스기록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영국의 링크스코스는 그린과 페어웨이가 정확히 구별되지 않고, 곳곳에 목동들이 바람을 피하던 항아리 벙커들이 도사리고 있고 러프는 공이 들어가면 찾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성하다.
여기에 북해의 영향을 받은 변화무쌍한 기후로 햇볕이 쪼이다가도 어느 순간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한 여름에도 방한복을 입어야 할 혹한도 경험해야 한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지난 2000년까지 LET(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대회로 열리던 뒤모리에 클래식을 LPGA투어의 메이저대회로 격상시켜 탄생했다. 이 대회를 PGA투어의 디 오픈처럼 영국을 대표하는 LPGA투어 대회로 발전시키겠다는 영국인들의 야심에서 나온 작품인 셈이다.
영국인들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골프의 본향 영국에서는 다를 것이라며 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그러나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영국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골프 본향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메이저대회를 만들었으나 첫 대회부터 우승컵은 방문객이 차지했다.
박세리가 우승컵을 챙겨간 첫 방문자였다. 박세리는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2001년 이 대회에 참석해 동양인 최초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어 2005년에는 장정, 2008년과 2012년에는 신지애, 2015년에는 박인비, 그리고 올해에는 김인경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17년 동안 한국선수의 우승 횟수는 6회. 단연 한국이 최다 우승국이다.
다음이 미국으로 3회(2006년 셰리 스타인하워, 2013년 스테이시 루이스, 2014년 모 마틴), 대만이 청 야니의 활약으로 2회(2010, 2011년) 우승했다.
이어 스웨덴(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 호주(2002년 캐리 웹), 멕시코(2007년 로레나 오초아), 스코틀랜드(2009년 카트리오나 매튜), 태국(2016년 아리야 주타누간)이 각각 한 번씩 우승했다.

이번에 2주 연속 열린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과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방문자들이 거친 코스와 변화무쌍한 날씨에 애를 먹었으나 우승컵은 영국선수가 아닌 한국선수가 차지했다.
예의를 지키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는 영국의 갤러리들은 선수들의 국적에 상관없이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긴 했으나 대체로 차분했다. 자국선수가 선두에 나섰다면 상황을 달랐을 것이다.

골프대국, 신흥 골프종주국이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LPGA투어에서도 태극낭자의 회오리는 거세다.
1998년 박세리가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를 늘려온 태극낭자들은 2012년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등 메이저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올 시즌의 경우만 봐도 지금까지 열린 22개 대회에서 12승을 따냈다. 메이저대회의 경우 유소연(ANA 인스퍼레이션), 박성현(US여자오픈), 김인경(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3명이나 되는데,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차지한 재미교포 다니엘 강을 포함하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이 챙긴 셈이다.

마지막 남은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한국선수가 차지한다면 LPGA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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