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당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익히 알려진 ‘군자의 삼락(三樂)’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에 비견되는 ‘골퍼의 삼락’이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그 즐거움은 천차만별이니 흔한 우스개 소리로 넘길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에 공감하는 골퍼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골퍼의 첫째 즐거움은, 마음 맞는 동반자와 라운드 후 즐기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고,
골퍼의 둘째 즐거움은, 좋은 날씨에 라운드가 끝나고 사우나 탕에서 창 밖을 보니 비가 억수같이 내릴 때이고,
골퍼의 셋째 즐거움은, 집에 돌아오는 도중 반대편 차선만 엄청나게 막힐 때이다.


(左) KBS 개그콘서트 '애정남' 사진제공=KBS. (中,右) 지난 9월 29일 빗 속에 열린 제27회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 참가한 최경주와 홍순상. 사진제공=포커스인아시아

그러나 골퍼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와 반대의 경우다.
손꼽아 기다린 라운드 당일 아침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면.
새벽잠 설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간 골프장에서 결국 라운드를 못하고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면.
그렇게 허탈함 속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날씨가 화창하게 갠다면.

몇 일 전 주말이 딱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골프장을 향해 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은 지역별로 시간대별로 날씨 상황이 많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것이다. 필자 역시 그날도 ‘골프장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나면 날씨가 활짝 개겠지.’하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활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빗방울을 기대하며... 하지만 티 오프 시간이 지나도록 비는 그칠 줄 몰랐다.

특히 그 날 함께 라운드를 하기로 한 사람들은 필자에겐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필자는 그분들의 눈치를 살피며 라운드 진행여부를 판단해야만 했다.
간혹 조금만 비가 와도 라운드를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골퍼들이 우중(雨中) 골프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개인에 따라서는 천둥, 벼락에 폭우가 쏟아지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중지시키지 않으면 고(go)를 외치기도 한다.

이처럼 라운드 당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유행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애정남’이 필요한 순간이다.

PGA나 LPGA 경기 중계를 볼 때면 구름만 몰려와도 비의 여부에 관계없이 경기를 중단 시키는 경우도 있다. 낙뢰로 인한 사고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프로 골퍼들도 비바람을 맞으며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비가 오면 골프를 중단해야 할까?
골프장 측에서 클로즈를 선언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웬만한 빗속에 플레이 하는 것에 익숙한 골퍼들에게는 고민이 된다.
필자의 경험상 집중적인 폭우로 그린에 물이 차면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또 많은 골프장이 일단 라운드에 들어가면 홀 별 정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린피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애매하지만, 그래도 필자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애정남’처럼 정리하자면,
빗 속에 골프 친다고 쇠고랑 안 찹니다.
빗 속에 골프 친다고 경찰 출동 안 합니다.

하지만 골프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동반자와 함께 하는 운동이다.
비가 싫다고 혼자 집에 갈 수는 없다. 반대로 동반자가 싫어하는 눈치가 뻔한데 우중 골프를 강행하면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무척 중요하다. 우중(雨中) 골프를 당연하게 여기는 동반자에게 “비가 오니 돌아 갑시다”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실망할 것이다. 
어떤 골퍼들은 빗 속에 골프를 하자면 골프에 미친 초보자 정도로 치부될까 봐 걱정스러워 자기의사 표현을 못하며 동반자의 눈치만 살필 수도 있다.
반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내키지 않는 우중 골프에 억지로 끌려 나갈 수도 있다. 거기에 감기까지 든다면 동반자를 원망하며 감기약을 먹게 되진 않을까?

그렇다. 빗 속에서 라운드 진행여부는
비의 양보다는 상대 동반자의 기분을 살피고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애정남 : ‘사람들이 결정하기 애매한 사안을 정리해 주는 남자’라는 뜻으로,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케이스를 가지고 희화한 개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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