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좌측부터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오승환(삼성), 김광현(SK). 아랫줄 좌측부터 한화금융클래식 우승자 최나연. 김하늘(비씨카드), 신지애(미래에셋). 아랫줄 사진제공=KLPGA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새로운 선수들이 급부상한 반면 일부 스타급 선수들은 부진했다. 지난 시즌과는 또 다른 올해 한국프로야구를 보면서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골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지난 주말 지방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참 방영 중인 한국시리즈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혼잣말을 한다.
“삼성이 이길 것 같구먼.”
그러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SK 김광현 얘길 꺼낸다.
“왜 3년을 못 가는지…(쯧쯧) 김광현은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


자신감, 그렇다. 승자의 첫 번째 조건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빛을 발한다. 얼굴 표정에 여유가 있으며 걸음걸이에도 중심이 잡혀있다. LPGA의 청야니가 그렇고, 올 상반기 유소연이 그랬고, 근래 김하늘이 그렇다. 자신감이란 말 그대로 ‘나를 믿는 마음’이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그렇게 되리라는 굳은 믿음이다.

골프도 그렇지만, 야구도 선수들의 실력이 상승 평준화되었다. 투수의 경우에도 지난 시즌을 마치고 외국인 선발 투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 구단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수준급 투수들이 다수 한국으로 건너왔다. 결과적으로는 평균자책점 3점대 투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등 전체 수준이 올라갔다. 갈수록 승자와 패자는 실력 차이보다는 오히려 선수의 마음에서 운명이 갈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인 것을.

그러므로 야구건, 골프건 혹은 프로건, 일반 골퍼건, 잘 될 때 자만하지 말고 안될 때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둔 류현진이나 김광현, 이대호의 부진이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듯이, 신지애의 부진 역시 그렇다.

승자의 두 번째 조건은 다가올 기회를 준비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불펜(bullpen)’이었다.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 선발투수가 마운드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을 때, 감독으로부터 언제 호출이 올지 모르는 구원투수들은 경기장 가장자리에서 몸을 풀며 대기한다. 이들 불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단연 삼성의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외부 영향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삼성이 우승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올해 KLPGA에서 유일하게 다승을 올린 김하늘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인터뷰에서 동반라운딩했던 최나연을 언급했다. 최나연은 무리해서 버디를 잡으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된 감독 이만수가 있었다. 한참 정규리그 중에 SK의 김성근 감독이 재계약 문제로 중도 하차하였다. 그 뒤를 이은 이만수 감독대행은 포스트시즌 전망이 어두웠던 SK를 준우승까지 끌어올렸다. 과거 이만수는 선수로 승승장구 했지만, 은퇴할 쯤에는 많은 시련도 있었다. 실패는 내면에 있는 힘을 모두 이끌어내어 그를 성장의 길로 인도했다. 그는 시련기를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극복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빛을 발했다.

승자의 세 번째 조건은 무서운 집중력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모든 선수들은 지난 완패를 설욕하려는 듯 선수들의 집중력이 뛰어났다. 골프에서도 체력보다 집중력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짐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11시즌을 종료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아직 여자선수들은 상금왕도 다관왕도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그것이 골프의 묘미다. 올해 국내 경기는 한 경기 매 라운드마다 우승자가 뒤바뀌는 경우도 허다했다. 누가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신감과 집중력을 가지고 임하는지에 따라서 최종에 웃는 선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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