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골프 칼럼을 쓰면서 '진정한 보기플레이어가 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골프보기>라는 제목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진정한 보기플레이어란…


"외국인과 골프 게임을 한 경험이 있는가?" 필자는 업무상 가끔 그럴 기회가 있다. 그때마다, 외국인 아마추어 골퍼들과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몇 가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자신의 핸디캡 혹은 평균타수에 관한 인식의 차이다. 가령, 한 외국인이 자신을 '보기 수준의 골퍼'라고 말한다면, 실제로 그는 국내 아마추어 게임에선 싱글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국내 골퍼들의 실제 평균타수는, 프로 골퍼들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룰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국내 일반 골퍼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자신의 스코어에 대한 이런 잘못된 믿음은, 근본적으로는 문화적 혹은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우리들만큼 '경쟁의식' 및 '비교문화'가 강한 민족은 없다. 자신의 행복이나 성취감, 성공의 기준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는 성향 때문이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만큼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골프장에선 어떤가?
룰대로 정확히 스코어를 기록하는 캐디는 고객에게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래서 캐디가 먼저 "더블보기 이상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친절한 말을 내뱉는다. 더블보기 이상은 무시하고 그린에서는 대부분 OK를 허용하는 등 공공연히 조작된 스코어가 우리의 최종 성적으로 주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실제 스코어라고 단단히 믿는다.

그러다 보니, 실내연습장에서만 한 두 달 연습하고 처음으로 필드에 나간 골퍼가 100타를 기록하는 것이 흔하며, 그럴 때마다 골프 신동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보기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미국골프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골퍼들의 평균 골프 스코어는 98타가 넘고, 그 중 100타를 넘는 골퍼는 절반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골퍼의 25% 정도만이 보기플레이 이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골프를 몹시 좋아했다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재임시절 80타의 벽을 깨고 흔히 말하는 싱글의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전해지자 미 CNN은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0타를 깼다는 빌 클린턴의 말을 믿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평소에 멀리건을 즐긴다고 소문난 클린턴이었기 때문인지 결과는 설문자 중 80% 정도가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한다.

아마추어 골퍼로서 골프를 즐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플레이어로서 룰을 지키고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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