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CC

라운드 기회가 많지 않은 주말골퍼들은 한 주 내내 필드에서의 굿 샷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부킹 당일, 천둥과 벼락에 폭우라도 내리면, 참 아쉽고 속상하고 난감하기까지 하다. 일부 골퍼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라운드를 강행하기도 하지만 골프의 묘미가 반감될 뿐 아니라 위험스러운 행동이다.

이처럼 기상악화로 더 이상 라운드를 지속하기 힘들 때, 그린피 때문에 고객과 골프장 담당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이용하지 못한 남은 홀 전체의 그린피를 지불한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홀별 정산을 해주거나 다음 기회를 제공해주는 골프장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는 은근한 협박을 곁들여 비가 오는 필드로 내몰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수원 컨트리클럽을 예약하고 라운드 날을 기다리는데, 며칠 전부터 부킹 당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전해졌다. 그렇다고 예약을 취소하는 골퍼는 거의 없을 듯하다. 필자 역시 일기예보가 잘 못 되기를 내심 바라며 멋진 플레이를 준비한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녘에는 폭우로 바뀌었다. 그래도 한낱 기대를 가지고, 그 새벽 빗속을 가르며 수원CC를 향해 달렸다.

수원CC는 경기권에 있는 골프장 중에서도 접근이 용이하고, 골프 코스도 좋아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1975년에 개장한 오래된 골프장이지만, 코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그린 상태도 좋다.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맛이 있고, 코스들이 넓고 길어서 시원시원한 특징을 갖고 있다.

친숙한 이 수원CC에서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비가 개인 후 무지개' 같은.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렸지만, 골프장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그 정도면 플레이 하는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날씨 때문에 부킹을 취소한 팀들이 있어서 오히려 여유롭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한참 즐기고 있는데 6홀이 끝날 때쯤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은 비도 피하고 식사도 할 겸 그늘막으로 들어섰다. 비가 그치면 다시 시작하고 비가 계속 오면 오늘 라운드를 중단할 생각이었다.

수원CC는 홀당 그린피를 계산해 준다고 한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기상이 좋지 않을 때 9홀 이하를 치면 9홀 그린피를 받고, 10홀 이상을 치면 18홀 그린피를 받는데 비하면 합리적이고 골퍼로서 기분 좋은 경우다.

식사를 끝냈을 쯤,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다시 골프를 계속하려고 캐디에게 연락을 했더니 기분 좋게 따라준다. 궂은 날씨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고 즐겁게 경기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14홀까지 왔고 간간히 내리던 비가 다시 폭우로 변했다. 이제는 플레이를 끝내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타이밍이다. 동반자들도 캐디도 그리고 필자도.

우리들은 14홀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그 때 캐디가 다가와 샤워 후 좀 여유롭게 나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클럽이 젖어서 손질하고 종이로 감싸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세심한 배려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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