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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산소호흡기를 달고 라운드한 어느 골퍼의 열정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사진은 맥킨지 클라인이 2007년 LPGA 투어 진 트리뷰트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맥킨지 클라인(28)이란 미국 여자 골퍼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추어로 활동하다 잠시 초청선수로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프로 선수로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러나 장애를 딛고 골프에 쏟은 열정만 놓고 보면 그를 능가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클라인은 선천성 심장 장애로 태어났다. 심장에는 몸에 피를 공급하는 2개의 심실이 있는데 클라인은 태어날 때부터 심실이 하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2살 때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가슴을 여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후에도 혈중 산소량이 부족해 일반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호흡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불면 꺼질 듯한 얇은 심장을 가진 그는 달릴 수도 수영할 수도 없었다.

딸이 남들과 어울려 운동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던 클라인의 부모는 클라인이 여섯 살 때 우연히 골프를 떠올렸다.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골프를 떠올리곤 바로 딸에게 플라스틱 장난감 골프채를 사줬다. 

클라인이 플라스틱 골프채를 쥐고 몇 차례 스윙을 해보곤 깔깔대며 즐거워하자 아버지는 무작정 딸을 동네 골프장으로 데려가 헤드 프로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어린이를 지도해본 적이 없는 프로는 망설였으나 클라인의 사정을 듣고 지도를 승낙했다.

그동안 동네 또래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늘 우울한 표정이던 클라인은 골프를 배우면서부터 변했다. 골프를 즐기고 배우겠다는 열정이 대단했다. 여전히 호흡은 힘들었지만 의욕이 넘쳤다. 

마침내 10살 때 캘리포니아 주니어여자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클라인은 이후 캘리포니아 지역의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2006년엔 14세 부문 미국 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클라인의 꿈은 2006년 US 여자 주니어선수권대회와 US 여자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출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몸이 커지면서 호흡은 더 힘들어졌고 골프코스의 전장(全長)도 길어져 9홀만 돌고도 기진맥진했고 18홀이 돈 뒤에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의료진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심장에 관을 집어넣는 카테터 수술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부모는 수술을 승낙했으나  클라인이 거부했다. 
“수술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꿈을 이룰 기회가 지금 눈앞에 다가왔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딸의 말에 부모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USGA(미국골프협회)는 클라인의 몸 상태를 감안해 골프 카트와 함께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해 2개 대회를 뛸 수 있도록 허락했다.
클라인은 링거주사를 꽂은 채  병원 복도를 걷듯 산소호흡기를 끼고 라운드를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챔피언의 심장’이란 제목으로 클라인의 소식을 전했다. 정상적인 선수라도 미국의 메이저 여자 아마추어대회에 참가하려면 강철같은 체력이 필요한데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어린 소녀가 출전했으니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아쉽게도 클라인은 참가에 만족해야만 했다. 실신 직전까지 가면서도 라운드를 포기하기 않았던 클라인인은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결국 라운드를 중단했다.

그러나 클라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전 무대는 2007년 5월 LPGA투어 진 트리뷰트로 옮겨졌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마운트 플레전트의 리버타운CC(파72)에서 펼쳐지는 LPGA투어 진 트리뷰트로, 대회를 주관한 스웨덴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초청으로 성사되었다.

클라인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했다. LPGA투어 사상 선수가 카트를 타고 라운드한 경우는 클라인이 처음이었다.

클라인은 1라운드에서 17오버파 89타를 쳐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 주최초청으로 참가한 미셸 위(당시 18세)가 1라운드 중도에 기권하면서 클라인의 분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셸 위는 1라운드 16개 홀에서 14오버파를 친 뒤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당시 남자대회에도 참가하며 주가가 치솟던 미셸 위가 기권하자 주최자인 소렌스탐은 “그런 식으로 대회를 포기하는 것은 스폰서에 대한 무책임한 행위”라며 비판했다. 

소렌스탐은 심장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이 대회에 초청됐던 클라인의 예를 들며 “매킨지는 89타로 라운드를 끝냈지만, 그녀가 자랑스럽다. 그녀의 꿈은 이뤄졌다.”고 말했다.

클라인은 2009년 8월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 출전, 공동 8위에 올라 LPGA투어 생애 최고 성적을 냈으나 건강악화로 프로골퍼의 길은 포기해야 했다.

비록 골퍼로서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골프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클라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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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4-18 06: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