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우승

▲2019년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허미정 프로. 사진제공=Gabe Roux/LPGA


[골프한국] “허미정의 매력에 빠졌어요.”
“이제부터 허미정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지난 8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아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허미정(30)이 우승하자 주위의 지인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 허미정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시즌 2승을 달성하자 많은 지인들이 다투어 ‘허미정 팬’임을 토로했다. 
예전부터 허미정에 대해 유달리 누이 같은 마음의 끌림을 느꼈던 필자는 도종한 시인의 ‘접시꽃 당신’ 버금가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로 시작되는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먼저 떠나 보낸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절절히 담고 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라며 시인은 떠나보낸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몸을 떤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시인은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평정심을 되찾고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은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도종환 시인처럼 떠나보낸 아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의 상징과는 다르지만 허미정은 너무도 접시꽃 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양재천 변을 산책하며 접시꽃을 자주 본다. 아욱과에 속하는 접시꽃은 일단 키가 성인 키보다 훌쭉 크다. 허미정은 동양인 치곤 176cm의 드문 장신에 유난히 하체가 길어 접시꽃을 연상시킨다. 분홍빛 혹은 흰 꽃은 크고 푸짐하다. 소박미도 우러난다. 마치 누이처럼 친근하다. 허미정의 매력은 접시꽃의 그것과 너무나도 겹친다. 

허미정이 지난 9월 27~3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GC에서 열린 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어언 20년이 지난 그는 지난 8월 골프의 본향(本鄕) 스코틀랜드 노스 베이크의 르네상스GC에서 열린 아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골프의 절정을 경험하며 5년 만의 우승 갈증을 풀고 LPGA투어 통산 3승을 수확했다. 

항상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주타누간 자매, 신인으로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돌풍의 주인공이 된 이정은6, 명랑골퍼의 대명사 이미향 같은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30 고개에 들어선 그가 버텨낼지 의문시 되었으나 스코틀랜드의 악천후 속에서 그는 생애 가장 견고한 플레이를 펼쳐 당당히 우승컵을 가슴에 품었다. 

이런 허미정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며 그로선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1라운드부터 선두에 올랐으나 한두 타 차이의 추격을 받은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스윙과 경기 운영으로 추격자들을 압도하며 2위에 4타 앞선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4승째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그의 플레이는 많은 LPGA투어 선수들이 부러워하기에 충분했다. 
허미정은 마치 혼자서 라운드를 하듯 평소의 물 흐르는듯한 부드러운 스윙과 라운드 자체를 즐기는 자세로 일관했다. 긴장감이나 경직을 엿볼 수 없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경기 결과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소감은 허미정의 30대 이후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치 늦게 핀 꽃이 오래 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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