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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엔돌핀 솟는 라운드를 경험해본 적 있는가?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골프장으로 향하는 골퍼들은 각양각색의 흥분을 맛본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은 기량 향상을 확인하고 싶어 가슴이 뛴다. 구력 수십 년 된 사람도 라운드 당일 소풍을 맞는 어린아이처럼 새벽잠을 설친다. 아마추어로서 이룰 것 다 이룬 고수급 골퍼도 또 다른 골프의 신천지에 대한 환상을 꿈꾼다. 만족한 라운드의 기억이 별로 없는 사람은 라운드 걱정에 어깨가 무겁다.

모두가 기대와 희망을 품고 골프장으로 달려가지만 누구는 행복을 맛보고 누구는 불행의 늪에 빠진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골프의 즐거움이 기량에 좌우된다는 생각이다. 

골프의 즐거움은 결코 기량과 비례하지 않는다. 뛰어난 기량이 상대적 우월감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족할 수 있는 즐거움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골프란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신체조건에 따라, 구력에 따라, 골프에 대한 호불호의 정도에 따라, 골프의 특성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즐거움의 기준과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수와 라운드할 때 동반자가 보기엔 좋은 스코어를 냈음에도 오히려 불만에 휩싸여 얼굴이 굳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자신이 원하는 스코어, 자신의 바라는 샷이 나오지 않을 때는 물론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동반자들의 행태에 쉬 마음이 상하곤 한다. 
반대로 기량도 시원치 않고 스코어도 형편없는데도 몇 번의 굿샷과 행운만으로 즐거움을 맛보며 행복해하는 골퍼들도 있다. 
  
라운드가 안기는 즐거움이나 행복감은 전적으로 라운드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의해 좌우된다. 

가령 동반자 중의 누가 멋진 티샷을 날리거나 기막힌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고 하자. 이때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가 라운드의 기쁨을 결정한다.

진심에서 우러난 축하를 하고 박수를 치면 상대방은 물론 자신도 행복해진다. 반대로 입으로는 “굿샷!”이라고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두고 보자, 세컨 샷 미스하겠지’ ‘소가 뒷걸음질 하다 쥐를 잡은 꼴이군’하며 심기가 불편해지면 자신의 기분도 저하되고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에 미스샷을 내기 쉽다. 입과 마음의 불일치가 라운드 전체를 흩으려 놓는다. 

골프메이트 중에 싱글 패 만들어 주겠다는 자세로 라운드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입버릇처럼 “오늘 누군가에게 싱글 패 만들어드릴 기회 생기면 좋겠다”고 말한다. 

라운드 중반쯤 스코어카드를 훑어보곤 가능성이 있는 동반자가 보이면 그 동반자를 위해 치밀한 배려작전을 펼친다. 생애 처음 경험하는 좋은 성적에 그 동반자는 흥분에 싸여 있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싱글 스코어 기록의 열망에 들떠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그 친구는 동반자가 지나치게 기록에 매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식힌다. 그리고 동반자가 스코어카드를 보지 못하도록 캐디에게 슬며시 카드를 접어두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도 동반자가 플레이하는 상황을 주시하며 위험을 알려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경기는 뒷전으로 접어두고 동반자가 과욕을 부리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그 친구의 ‘싱글 패 만들어주기’작전 성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당사자는 모르지만 친구의 세심한 배려가 만든 결과다. 동반자 모두 라운드 만족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플로리다 템파베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티베트의 한 비구가 여행 중 사고로 장(腸)이 파열되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응급실에 실려간 이 비구는 수술 전에 필요한 마취를 거부했다. 술이나 마약, 약물 등 심신을 취하게 하는 물질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붓다의 계율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담당의사는 비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마취 없이 수술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비구는 여섯 시간 동안 생살을 찢는 수술 중 한 번도 아프다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수술 후 집도의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비구는 수술 중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수술을 했던 의사들로서는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의사들은 이 비구의 혈액을 뽑아 정밀검사를 했는데 피 속에서 처음 보는 이상한 물질이 검출되었다. 
훗날의 연구 결과 이 물질은 마음이 고도로 안정돼 있거나 명상하는 사람들에게서 생성되는 물질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취나 마약 분야 등 의학계에서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 물질은 엔돌핀(endorphine)이라고 명명되었다. 

엔도(endo)는 내부(內部)라는 뜻의 라틴어이고 올핀(orphine)은 몰핀(morphine)에서 따온 말이다. 엔돌핀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몰핀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몸은 마음 작용에 따라 특이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엔돌핀은 마약물질인 몰핀보다 진정효과가 200배나 높은, 중독성 없는 천연 진통제다.
엔돌핀은 마음이 환희에 차고 즐거우면 많이 생성되지만 우울하거나 불쾌하면 엔돌핀과 정반대 효과를 내는 아드레날린이 생성된다.

놀라운 것은 엔돌핀보다 더 효과가 뛰어난 다이놀핀(dynorphin)이란 물질이다. 2003년 발견된 이 호르몬은 암 치료나 통증 해소 효과가 엔돌핀의 4000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돌핀은 고도의 정신집중상태나 즐거운 상태에서 생성되는 것이라면 다이놀핀은 마음이 감동을 받을 때 생성된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접할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때, 깊은 사랑에 빠졌을 때,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곤경에서 구원의 손길을 받았을 때, 마음속 깊이 환희심이 용솟음칠 때 다이놀핀이 왕성하게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예로 든 골프메이트의 ‘싱글 패 만들어주기’는 스스로는 물론 동반자 모두에게 엔돌핀과 다이놀핀을 솟구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동반자들을 배려하며 감동을 주고받는 라운드야말로 엔돌핀과 다이놀핀이 솟는 라운드가 아니겠는가.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9-02-01 05:3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