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만물은 끊임없이 변한다. 영원히 존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흔히 인생의 덧없음을 말할 때 무상(無常)이란 말을 쓰지만 불교에서 무상의 참뜻은 그렇게 허무적이거나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인(因)과 연(緣)이 결합해 서로 관련 맺는 관계성 안에서 존재하며 인과 연의 변화에 따라 존재도 변한다는 것으로 연기설(緣起說)의 핵심이다.

골프야말로 무상하다. 두 번 다시 같은 라운드를 경험할 수 없다. 세월의 흐름, 다양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한 개인의 라운드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 중에서도 스윙은 무상의 극치다.

미국의 프로골퍼 제임스 로버트는 “골프의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사람마다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지만 사람마다 다른 게 아니라 개인의 스윙 또한 끝임 없이 변한다.
골프를 시작할 때 제대로 교습을 받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스윙을 가다듬었다면 구력 10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자기 나름의 스윙을 구축하게 된다. 자신의 신체조건, 행동 습관에 맞게 스윙의 자기 세계를 갖는다.

골프의 수준 향상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골퍼라면 끊임없이 자신의 스윙을 점검하며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을 꾀한다. 이런 과정까지 거치고 구력이 늘어나면 비로소 싱글 골퍼가 되어 골프의 비경(秘境)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싱글의 높은 문턱을 넘는 경우는 극히 소수이고 80% 이상은 폭포를 뛰어오르려는 물고기처럼 도로(徒勞) 같은 시도를 되풀이한다.
한번 싱글의 문턱을 넘었다고 해서 계속 싱글을 유지하는 것 또한 지난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장기간 싱글 중에서도 왕 싱글로 명성을 날리던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고질병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때 왕 싱글로 날렸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골프에 관한 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습서도 많이 읽고 골프채널의 레슨프로도 많이 봤고 무엇보다 골프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스윙을 보고 지적하며 팁을 주면서도 남이 자신의 스윙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이런 왕 싱글의 자만과 아집이 결국 고질병을 키운다.

주변에서도 20~30년의 구력에 수년 전까지만 해도 쉽게 싱글 스코어를 내던 사람들이 대책 없이 명의를 찾아 전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말귀가 빠르다는 점이다. 이미 골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쌓여있고 실전의 기술 또한 터득했던 터이기에 전문가나 고수가 지적하는 것을 금방 알아듣는다. 자신의 문제점도 금방 깨닫는다.
그러나 한탄한다.
“나도 모르게 내 몸 속에 괴물을 키웠군. 암이 걸린 줄도 모르고 병세를 악화시키는 연습만 해왔으니 누굴 탓하겠어! 그동안 잘 해오던 것인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틀어지면서 내 몸 속에 괴물이 자란 거야. 내 고집이 암 덩어리를 키운 셈이지”라고.

아무리 탄탄한 기초에 이상적인 스윙을 터득했다 해도 지속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그립이나 스탠스 서기, 에이밍에서부터 스윙의 궤도, 몸의 축 유지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준수사항들에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 서서히 스윙이 망가진다.

초기의 변화는 아주 미세해서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오차범위가 넓어진다. 볼트와 너트가 헐거워지고 가늠좌가 비틀린다. 스윙이 망가진 것은 모르고 오조준을 하게 되고 결국 고질병으로 굳어 괴기한 스윙으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이상적인 스윙을 갖고 있던 프로선수들도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변하면서 낙오하든가 심한 침체기를 겪는다.
유명 프로선수들이 굳이 스윙 코치를 두고 주기적으로 스윙을 점검 받는 것도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일어나는 미세한 스윙의 흐트러짐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스윙은 무상하기 짝이 없는데 늘 한결같은 스윙을 갈구하는 골퍼야말로 뻔히 굴러 떨어질 바위를 산 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와 무엇이 다를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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