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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에비앙 레뱅에서 울린 천국과 지옥의 변주곡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골프는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만큼 이 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난 대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프로선수들이 경험하는 천국과 지옥은 대개 그 원인이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요인에 의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시작된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첫 라운드에서 악천후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LPGA측이 첫 라운드 중간 성적을 무효 처리키로 결정하면서 선두그룹에 있던 선수들은 순간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최하위권의 일부 선수들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오르는 극적인 순간을 겪었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과 제시카 코르다는 전반 라운드 도중 성적이 2언더파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가 주최측의 결정으로 없던 일이 돼버려 지옥까지는 아니지만 벼랑에 매달리는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반면 LPGA투어의 많은 타이틀은 물론 세계랭킹 1위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박성현은 5개 홀에서만 6오버파를 쳐 최하위에 머물면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첫 라운드 무효 결정으로 지옥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이들 선수 외에도 악천후 속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던 선수들은 강제로 벼랑으로 떠밀리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고, 큰 꿈을 품고 대회에 참석했다가 페이스를 잃고 헤맨 선수들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곡예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 선수들이 주최측의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가운데 대다수 선수들도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운 좋게 지옥을 벗어난 선수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번 대회는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변증법으로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는 사실을.

같은 상황이 누구에겐 천국으로 받아들여지는가 하면 누구에겐 지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것도 상황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한다.

실제로 에비앙 챔피언십은 지옥과 천국을 넘나드는 골프의 속성을 다양한 변주곡으로 보여주었다.

3라운드(54홀)로 치러진 결과 천국에도 지옥에도 걸쳐있지 않았던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미국의 브리트니 알토마리를 연장전에서 물리치고 메이저대회 통산 2승, LPGA 통산 8승을 올렸다.

주최측의 결정에 심리적 동요 없이 담담히 받아들인 선수들, 이를테면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브리타니 알토마리, 리디아 고, 캐더린 커크, 모리야 주타누간, 김세영, 펑산산, 제니퍼 송, 이미향, 김인경 등이 톱10에 들었다는 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지옥에서 살아나 조정된 첫 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쳐 2타 차이 선두에 나서 천국을 경험했던 박성현이나 공동선두에 있다 다시 출발선에 섰던 유소연, 제시카 코르다 등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던 선수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공동 40위의 초라한 성적을 낸 유소연은 다른 경쟁자들의 동반부진으로,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자로 결정돼 아쉬움을 덜었다.
박성현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다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LPGA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제시카 코르다는 천국에서 쫓겨난 뒤 추락을 거듭했다.

천국과 지옥의 중간지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리듬을 지키던 김세영이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공동 6위에 오른 것이나 “어떤 결정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이렇다 할 동요를 보이지 않은 리디아 고가 공동 7위로 상승 분위기를 이어간 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골프에서의 천당과 지옥은 물론 인생에서의 천당과 지옥의 변증법을 리얼하게 보여준 매우 특별한 대회였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9-18 15:4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