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이미림·허미정.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양희영(28), 허미정(27), 이미림(26)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나이도 한두 살 차이로 비슷하고 키도 각각 173cm, 172cm, 176cm로 모두 170cm가 넘는 장신들이다. 튼실한 하체가 발달한 상체를 잘 받쳐주어 스윙에 파워가 넘친다.
이들의 스윙 역시 교과서에 가까운 정통파다. 큰 아크를 그려 스윙이 크면서도 부드럽다. 당연히 장타자들이고 롱 아이언도 잘 다룬다.

좋은 신체조건과 훌륭한 스윙을 갖고 있는데 비해 LPGA투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양희영은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으로부터 ‘남반구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선수’라는 칭찬을 들었으나 정작 2008년 LPGA투어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우승은 2013년 하나·외환은행챔피언십과 2015년과 올해 혼다 LPGA 타일랜드 챔피언십 우승 등 3회에 그친다. 대신 준우승이나 공동 2, 3위는 수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우승 경쟁에는 자주 나섰으나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의 기회 포착력이 약하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2009년 LPGA투어에 뛰어든 허미정 역시 우승은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과 2014년 요코하마타이어 LPGA클래식 등 2차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3위, 2017년 US 여자오픈 공동 3위, 2010년 숍라이트 클래식 2위, 올해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 공동 3위 등 굵직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다.

2013년 LPGA투어에 입회한 이미림도 3번의 우승(2017년 기아클래식, 2015년 레인우드 LPGA클래식, 2014년 마이어 LPGA클래식)을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달 열린 캐나디안 퍼시픽 여자오픈 준우승, 2016년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 2016년 마라톤 클래식과 2015년 기아클래식 준우승 등 우승 문턱에서 멈춘 대회가 유난히 많아 언제나 선두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좋은 신체조건과 탁월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의 경기 스타일을 자세히 보면 공통적으로 너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다.
중계방송을 보면 이들이 분노를 표시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실수를 해도 잠시 실망한 표정을 짓고는 금방 그 순간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골프가 부드러움을 중시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선 때때로 분노도 표출하고 깊은 절망감에도 빠져볼 필요가 있다.

스윙과 경기 스타일의 부드러움이 결정적인 기회를 움켜쥐는 악력(握力, grip)까지 부드럽게, 느슨하게 만든 느낌을 준다.
우승 경쟁을 벌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밀리는 것은 쉽게 말해 근성, 집착력, 포착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나는 이들 셋이 악력만 키운다면 LPGA투어에서 아리야 주타누간 못지않은 공포의 3총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념과 근성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는 악력은 골프선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유연함을 특징으로 갖고 있는 이 세 선수에게 가장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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