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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무엇이 김인경과 넬리 코르다를 갈랐나?'…LPGA마라톤클래식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지난달 만 29세 생일이 지난 김인경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지난달 초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김인경이 지난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열린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과 함께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시즌 2승을 꿰어 찼다.

김인경의 시즌 2승은 한 달 남짓 간격을 두고 거둬들인 것이라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열린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함으로써 6년에 걸친 인고의 시절을 마감한 그에겐 제2의 비상을 맞는 신호탄으로 보일 만도 하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 거리의 퍼트를 실수해 결국 연장전 끝에 우승을 유선영(30)에게 바친 뒤 지난해 레인우드 LPGA 클래식 우승까지 길고 긴 침체의 터널에 갇혔던 그를 두고 많은 골프팬들이 과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졌었다.

물론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이후 ‘비운의 골퍼’로 낙인이 찍혔지만 국제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과 2016년 호주에서 열린 ISPS 한다 레이디스 유러피언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으나 LPGA투어에서의 부진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2013년 KIA 클래식,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 등에서 연이어 연장전에서 패배하면서 그가 과연 ‘30cm 퍼팅 실패의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김인경은 지난달 숍라이트 클래식에 이어 한달 남짓 만에 마라톤 클래식에서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역전 우승에 성공함으로써 그가 저주에서 풀려났음은 물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단독 선두인 미국의 신예 넬리 코르다(18)에 2타 뒤진 2위로 코르다와 한 조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인경은 근래 보기 드문 군더더기 없는 견고한 플레이로 단독 2위 렉시 톰슨을 4타 차이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미국의 자존심 렉시 톰슨을 비롯해 저리나 필러, 안젤라 스탠포드, 타이완의 치엔 페이윤, 한국의 박성현,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 등이 추격에 나섰지만 하루에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쓸어 담은 김인경은 ‘접근 불가’의 존재였다.

단연코 이번 대회의 압권은 마지막 라운드의 챔피언조인 김인경과 넬리 코르다의 경기였다.

제시카 코르다의 동생인 넬리 코르다는 178cm의 훤칠한 키로 장타를 구사하며 루키로서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유망주로 미국의 희망으로 사랑받고 있는 선수다.

이에 비해 김인경은 LPGA투어 10년차로 통산 5승의 경험 많은 노련미를 빼면 불리한 점이 많았다. 우선 신장이 161cm의 단신으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48.66야드밖에 안 돼 넬리 코르다(평균 비거리 262.66야드)에 뒤지고 아이언클럽의 비거리 역시 20~30야드 짧다.
그밖에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김인경이 74.38%, 코르다가 73.9%로 비슷하고, 그린 적중률이나 평균 퍼팅수, 라운드 당 평균 스코어, 샌드 세이브 확률 등에선 김인경이 다소 앞서지만 김인경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인경이 8타를 줄이며 저 멀리 달아나는데도 코르다는 오히려 3타를 잃어 챔피언조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왜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인경과 넬리 코르타의 경기 내용이 극과 극으로 갈렸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물론 김인경이 경험이 많고 노련한 점은 있지만 넬리 코르다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넬리 코르다 역시 구력은 짧지만 좋은 신체조건에 언니보다 더 유연한 스윙을 터득해 루키로서 첫 승을 욕심 낼 만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요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미스 샷이나 미스 퍼팅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좋은 샷을 날리고 어려운 퍼팅을 성공하고 나서 기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음 플레이에서 너무 흥분하거나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실패 후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미스 샷을 날렸을 때, 버디 퍼팅을 노리다가 아깝게 실패했을 때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음 플레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미스 샷을 날렸을 경우 두 가지 대응이 있을 수 있다.
미스 샷을 인정하고 방법이 있다면 미스 샷을 만회하는 길을 택하되 만회작전이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면 겸허하게 미스 샷을 인정하고 한 타 손해 볼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미스 샷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만회하겠다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는 자세다.
미스 샷을 인정하면 편한 마음으로 무리 없는 전략을 펼쳐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거나 한 타를 잃는데 그치지만, 미스 샷을 인정하지 않으면 몸이 잔뜩 긴장되고 마음도 굳어져 또 다른 실수를 유발해 악순환을 되풀이할 확률이 매우 높다.

김인경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넬리 코르다는 볼이 러프로 가거나 퍼팅을 놓쳤을 때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 예쁜 얼굴이 굳어지며 실망과 허탈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인경은 드라이브샷이 짧거나 러프에 들어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버디 퍼팅을 실패해도 잠시 아쉬움을 드러낸 뒤 곧 바로 평정을 되찾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플레이에 대비했다. 

실패란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자세와,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금기시하는 자세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전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되 실패의 감정에 묶이지 않지만 후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절망과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자멸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LPGA투어 첫 승을 US여자오픈에서 거두며 화려한 대관식을 가진 박성현의 경우 충분히 2주 연속 우승의 가능성이 보였지만 미스 샷, 미스 퍼팅을 한 뒤 자책하는 자세로 저조한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경기 흐름을 선순환으로 바꾸지 못해 아쉬웠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7-24 21: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