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6일(한국시간) 자 세계랭킹에서 85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사진=리디아 고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Every day is a new beginning, Every beginning is a new opportunity!!! So keep your head up, heart open, and most importantly SMILE!"
-매일이 새 출발이고 모든 출발은 새로운 기회다. 그러니 고개를 들고 가슴을 열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웃는 것.

“You are very positive and very inspirational! And ambassador to your sport. There is no other like you!!! Enjoy your time off... Aloha.”

-그대는 매우 적극적이고 영감이 넘친다. 그대는 그대가 즐기는 스포츠의 친선대사다. 그대 같은 사람은 없다. 그대의 시간을 철저히 즐겨라. 알로하.
 

앞의 글은 지난 날 22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서 막을 내린 킹스밀 챔피언십 대회가 끝나자마자 3주간의 ‘골프 휴식’을 선언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0·한국이름 고보경)가 골프를 떠나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며 트윗에 올린 글이고, 뒷글은 리디아 고의 결단과 휴식을 즐기는 것에 그의 팬이 올린 글이다.

2015년 10월 17세 9개월의 나이로 남녀 사상 최연소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83주 연속 수성에 성공한 리디아 고가 3주간 3개 대회에 출전하지 않음에 따라 숍라이트 LPGA 클래식을 치르고 나면 85주 만에 아리야 주타누간이나 유소연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그러나 세계랭킹 점수 계산 착오 해프닝으로 리디아 고는 아리야 주타누간과 0.01점 차이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6월 9~12일(한국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매뉴라이프 클래식 대회에 리디아 고와 유소연이 참가하지 않아 리디아 고의 세계 랭킹 1위는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골프팬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넘보는 선수들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리디아 고가 어떤 마음으로 휴식을 이유로 3개 대회 결장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주간의 결장 이유로 “당분간 머리를 식힐 겸 올랜도 주위를 돌아보려고 한다. 그곳에 4년 정도 살았는데 정작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입장이라면 과연 누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예단이긴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의 수성을 위해 골프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대회 출전을 감수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부모들이 불참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85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유지로 스웨덴의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84주 연속 1위 유지 기록을 깬 그로서는 안니카의 통산 세계랭킹 1위 124주 기록(리디아 고의 통산 1위 기록은 104주)을 넘기 위해 가능한 한 대회 참가를 강행할 것이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이런 통념이나 상식을 깨고 ‘통큰’ 결단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겼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지금 결행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예감, 골프 외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의 확인, 잠시 골프를 벗어나 보면 골프가 새롭게 보이고 골프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솟구쳐 이전과 다른 한 단계 올라선 골프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리디아 고에게 세계 랭킹 1위 유지는 지엽적인 것이었던 것 같다.

리디아 고가 단지 골프천재가 아니라 인생 관리의 천재임을 엿보게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리디아 고의 이런 결정을 허락해준 그의 부모 역시 통이 큰 것 같다. 물론 리디아 고가 주니어시절 골프천재 소리를 들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부터 부모가 제어할 수 없었겠지만 세계랭킹 1위라는 왕관을 내려놓아야 할 상황이라면 아무리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는 부모라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3월의 기아클래식 컷 탈락을 비롯해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스윙코치는 물론 골프클럽, 캐디 등 개비할 것은 예외 없이 바꿀 정도의 결기(決起)를 보여온 터라 부모가 관여할 수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긴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대수술을 결행해 이제 겨우 본궤도에 오를 즈음에 선언한 리디아 고의 3주간 대회 불참 결정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그가 LPGA투어에 불참하는 기간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용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골프 외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심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올랜도를 중심으로 한 플로리다 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행의 참맛을 즐기는가 하면 미국 프로농구 대회장을 찾아 함성을 지르고 대서양의 영국령 버뮤다 섬에서 열리는 어메리카컵 요트대회에 참가한 뉴질랜드 선수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수없이 날린다. 그러면서도 대회가 아닌 자선 골프행사에 참가해 주니어선수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주고 자신이 불참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중국의 펑산산에겐 축하인사를 보내면서 'UNNI(언니)'라는 애칭을 사용할 정도의 애교를 발휘한다.

이제 갓 만 20세를 넘긴 리디아 고가 작은 것을 욕심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 작은 것을 잃더라도 더 큰 것을 얻는 대탐소실(大貪小失)의 지혜를 터득했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오는 16~19일 미시건 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리는 마이어 LPGA클래식 대회에 참가하는 리디아 고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넘어갈 세계랭킹 1위를 어떻게 탈환할지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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