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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뗏목에 매달린 골퍼를 위하여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반복되는 긍정과 부정의 논리로 철저한 무집착과 무소유의 공(空)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금강경은 ‘강을 건넌 다음에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 강을 건넌 뒤에도 뗏목을 메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선 수행자들은 특별한 문자관(文字觀)을 갖고 있다. 경전이나 스승을 통해 가르침을 받을 때는 언어와 문자가 필요하지만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면 언어와 문자를 초월한다고 믿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문자의 도움을 얻지만 깨달음의 세계 자체는 언어나 문자로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고기를 잡고 나서 통발을 잊고, 토끼를 잡고 올가미를 잊는 것과 같다.

골프와 관련된 수많은 지침과 교훈들, 교과서적인 가르침들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버려야 한다. 곧이곧대로 배운 대로만 하다간 진정한 깨우침을 얻을 수 없고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없다. 골프 책에 쓰인 가르침이란 게 필드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수에게 철칙은 없다. 이럴 땐 이게 맞고, 저럴 땐 저게 맞다. 이것만이 절대적이라는 인식은 절대 금물이다.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골프레슨서가 필요하고 개인지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정 수준을 넘어섰으면 거기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것들을 버리고 내게 맞는 ‘나만의 골프문법(文法)’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바둑처럼 매번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골프야말로 상황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에 능해야 하는데 임기응변이란 철칙에 매달려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칙은 기본은 되지만 전부는 아니다.
위기를 극복한 기막힌 샷은 그때의 위기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다. 다른 홀에서 또다시 기막힌 샷을 생각하고 시도하다간 영락없이 실패하고 만다.
진흙탕 길을 건너는데 장화가 필요하지만 마른 땅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 언젠가 다시 진흙탕 길이 나타날 것을 겁내 계속 장화를 신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다.

『장자(莊子)』에도 고기 잡는 틀과 토끼 잡는 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고기 잡는 틀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 고기를 잡았으면 틀은 잊어버려야 한다. 토끼 잡는 틀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 토끼를 잡았으면 틀은 잊어버려야 한다. 말은 의미를 위해 존재하는 것, 일단 의미를 파악했으면 잊어버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골프에서 모든 샷은 바로 그때 그 상황에서 필요했던 것, 상황이 달라지면 지난 샷을 잊어버려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샷을 창조하는 것이다.
어느 한 홀에서의 미스 샷은 뒤이은 샷은 물론 다음 홀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두 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어느 한 홀에서의 결정적인 미스 샷은 그 날의 라운드 전체를 망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지난 실수에 대한 자책과 실수를 만회하려는 과욕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털어버리면 그만일 것을 머릿속에 실수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채 다음 샷에 임하니 바로 직전의 미스 샷의 기억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홀에서는 물론 이어지는 모든 홀에서 샷 할 때마다 나쁜 기억이 망령처럼 되살아난다. 여기에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않겠다는 다짐과 어떻게 해서라도 기막힌 샷을 날려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과욕으로 몸이 경직되고 마음도 여유를 잃어버린다. 자연히 평소의 리듬대로 자연스런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지난 홀의 실수가 다음 홀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아도 지난 라운드가 다음 라운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몇 홀의 실수로 그 날의 라운드를 망쳤다 해서 그 다음 라운드까지 망치지는 않는다. 지난 라운드에서의 미스 샷을 보완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새로운 각오로 새 라운드를 맞기 때문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1~2주 정도의 갭은 미스 샷의 기억을 잊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특히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을 오래 기억하는 인간의 습성으로 볼 때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매 홀을 라운드로 생각하면 어떨까.
무슨 뜻인가 하면 미스 샷이 생겼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홀에서 끝내고 다음 홀로는 지고 가지 말자는 것이다. 한 홀을 한 라운드로 받아들이면 어느 홀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전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음 홀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도마뱀이 위기에 처했을 때 꼬리를 잘라버리고 달아나듯 미스 샷의 나쁜 기억을 잘라버리고 새로운 홀을 맞자는 뜻이다.

불경도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강이 아닌 땅을 걷는데 뗏목을 끌고 간다면 얼마나 어리석은가.
지난 홀의 미스 샷의 기억을 안고 다음 홀로 가는 것은 강을 건넜는데도 뗏목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강가에 놓아두고 홀가분하게 걸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홀을 지나왔으면 지난 악몽은 지난 샷 지난 홀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샷 새로운 홀에 임하면 미스 샷의 망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경우 망각하고 버려야 할 것은 미스 샷만은 아니다. 멋진 샷에 이은 멋진 결과 또한 같은 행운을 되풀이하겠다는 과욕을 불러일으켜 마음과 근육을 경직시킨다.
미스 샷이든 굿 샷이든 지난 것은 무조건 잊는 버릇을 가져보자.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2-24 08: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