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4)와 전인지(22)가 불운하게 얽힌 ‘싱가포르 공항 사건’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한국의 골프 대디(golf daddy)들에게 울리는 경종(警鐘)이다. 사진은 2015년10월15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장하나(24)와 전인지(22)가 불운하게 얽힌 ‘싱가포르 공항 사건’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한국의 골프 대디(golf daddy)들에게 울리는 경종(警鐘)이다.
사건은 골프 대디에 의해 극히 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골프 대디들은 이 사건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지혜가 없었다. 만약 자식인 선수와 상의만 했어도 후유증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골프대회 시작 하루 전에 열리는 프로암대회에 참가해본 사람이라면 선수들간의 관계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싫으나 좋으나 시즌 내내 일주일에 2~4일 얼굴을 대한다. 연습장이나 그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친소의 정도에 따라 교분의 강도가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한 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지낸다.

몇 번 프로암대회에 참가하며 이상하게 느낀 것은 경기에서는 우승을 다투지만 선수들끼리는 허물없는 친구나 선후배로 지내는데 정작 선수들의 부모들은 매우 데면데면하게 대한다는 점이었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부터 그 나이답게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를 즐기고 연습그린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데 선수의 부모들은 거의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모른 척 먼발치에서 지켜보거나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모의 입장에선 선수들 모두가 자식의 적이니 적의 부모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 있겠구나 납득은 갔지만 왠지 어색하게 보였다.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전인지가 공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마침 그 뒤에 있던 장하나의 아버지가 여행가방을 놓쳐 미끄러진 여행가방이 전인지에 부딪혀 일어난 ‘싱가포르 공항사건’은 사실 이렇게까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일이 아니었다.
장하나의 아버지가 전인지나 전인지의 아버지를 모를 리 없을 터다. 골프선수에게 부상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도 모를 리도 없을 것이다. 당장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다 해도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간단한 현장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쌍방 간에 어느 정도의 사과가 오갔는지 밝혀지지 않아 모르겠지만 가해자 측의 사과가 피해자 측에 진정으로 수용되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가해자 측은 충분히 사과를 했다고 하고 피해자 측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정작 어른들의 감정싸움을 말리고 나선 것은 자식인 선수들이다.

전인지는 부상 때문에 두 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그의 펜들이 장하나와 그의 아버지를 비난하고 나서자 팬클럽 인터넷 카페를 통해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장하나와 그의 아버지가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전인지는 “장하나 선수나 장하나 선수 아버지는 골프계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훌륭한 선수와 아버지입니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그분들이 과도한 오해를 받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만나 뵙고 저와 제 가족이 왜 마음 아팠었는지 말씀드리며, 동시에 그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특히 장하나 선수를 아끼는 많은 팬 분께서도 마음이 아프셨을 겁니다. 그분들께도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마음 전해 올립니다. 장하나 선수가 훌륭한 경기력을 계속 보여주실 것을 응원하며 향후 서로의 관계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여 모든 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얼마나 성숙한 자세인가.
장하나도 LPGA 투어 파운더스컵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우승 세리머니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마음을 불쾌하게 하고 싶은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하고 “우승 세리머니에 대한 비난에 상처를 받아 일주일 내내 울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전인지 장하나 두 선수다. 신인왕이 유력한 전인지, 현재 상금선두에 나선 장하나는 모두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지만 KPGA투어에 이어 LPGA투어까지 매주 3~4일 만나야 하는 사이인데 서로 불편한 관계라면 결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없다. 대회에선 서로 우승경쟁을 벌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친구와 선후배로 가까이 지내온 선수들은 서로가 적대감을 갖고선 게임을 제대로 풀어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골프 대디들은 자식을 성공시키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선수들 간의 관계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장하나와 전인지가 서로 만나기만 했어도 사건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인지의 부상 회복이 늦어져 지난 두 개 대회에 이어 오는 24일 열리는 KIA클래식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장하나와 전인지가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도 쉽지 않아 아쉽다.
전인지는 내달 초 열리는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나 출전할 예정이라니 그 전에 어떤 방법으로라도 두 선수가 쌓인 감정과 오해를 풀고 대회에 임할 기회를 찾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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