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가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기아 클래식 4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 LPGA 투어 통산 17승째를 기록했다. 사진은 최종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파크 하야트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7번째 대회 KIA클래식에서 태극낭자들의 연승행진은 멈췄지만 미국의 주부선수 크리스티 커(38)의 불꽃같은 플레이가 LPGA의 품격을 높였다.

태극낭자의 7연승 좌절은 그리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6연승만으로도 태극낭자들이 LPGA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음은 증명되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전체 LPGA투어 대회의 절반 정도는 태극낭자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하면서도 일시적이나마 LPGA투어의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벌떼를 연상케 하는 태극낭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크리스티 커가 의미 있는 우승을 일궈냄으로써 태극낭자도 살고 미국 골프선수들의 체면도 세울 수 있었다.

물론 대회 결과에 가장 큰 환호를 울린 것은 LPGA투어측일 것이다. 이번 대회 리더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뛰어난 선수들로 앞으로 우승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보여주었고 특히 올 시즌 LPGA투어 뛰어든 루키들의 눈부신 활약은 LPGA투어가 명실 공히 세계 여자골프의 불꽃 튀는 경연장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태극낭자들을 비롯한 외국선수의 공세에 맞서려는 미국선수들의 강한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이미림, 리디아 고, 엘리슨 리(재미교포·20) 장하나 김세영 박세리 등 국내파 해외파를 망라한 태극낭자들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끝내 역전 드라마를 일궈낸 크리스티 커의 플레이는 그 자체만으로 골프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8세 때 골프를 시작해 통산 16승을 올린 미국의 대표적 베테랑선수이긴 하지만 최근 1~2년 그의 플레이는 전성기를 지난 ‘흘러간 물’의 모습이 역력했었다. 속속 등장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신진선수들과 우승경쟁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크리스티 커는 골프라는 것이 결코 나이나 스윙만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신장 160cm에 근육질도 아니다. 물론 장타자도 아니다. 아마추어들이 탐낼만한 교과서적인 스윙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남편 사이에 한 아이를 둔 주부다.
그렇다고 골프연습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유방암으로 고생한 어머니를 기려 유방암환자를 위한 재단을 만들어 후원하고 유방암 퇴치운동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그에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태극낭자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움켜쥐게 한 동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번만은 우승컵을 미국 품에 안겨야겠다는 다짐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망이 불가사의해 보이는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다음 주 열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구 나비스코 챔피언십) 대회를 앞두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꿈꾸며 전초전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박세리(38)가 3라운드 이후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인 것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열망이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내년 시즌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로선 LPGA투어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을 테고 이 욕심이 열망으로 승화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동갑인 크리스티 커의 불꽃 같은 열정의 플레이와 우승을 지켜보며 박세리도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비록 7연승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특장들을 갖춘 태극낭자의 조합은 ‘무적함대’의 느낌을 주었다. 김효주 리디아 고 같은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럽고 우아한 스윙과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갖춘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이미림 양희영 같은 탄탄한 체력과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는 완벽한 스윙을 갖춘 선수, 장하나 김세영처럼 거칠 것 없이 돌진해나가는 무장 같은 선수, 유소연 최나연처럼 약해보이지만 기회만 되면 매서운 샷을 날리며 경쟁자를 쓰러뜨리는 저격병 같은 선수, 평범해 보이나 조용히 선두로 올라서는 박인비 김인경 같은 선수 등 너무도 다양한 재능을 갖춘 훌륭한 골퍼들로 거의 환상적인 우승후보군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재미교포 엘리슨 리의 발견은 LPGA에 스타 탄생을 예고케 했다. 미셸 위를 능가할 LPGA투어의 흥행마가 될 수 있는 보석이었다. 지난해 LPGA 퀄리파잉스쿨을 이민지와 함께 공동수석으로 통과한 엘리슨 리는 175cm의 늘씬한 체격에 매력 넘치는 외모, 우아한 스윙 등으로 카메라의 집중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신체조건에 비해 비거리는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톱스윙만 조금 강화하면 장타에 정교함까지 더한 새로운 LPGA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보였다. LPGA투어 신인왕 후보에 김효주와 김세영, 장하나 외에 엘리슨 리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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