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열린 오클라호마주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손유정 선수
[골프한국] 한국의 골프팬들이 손유정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1년 전쯤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어린 손유정의 골프이야기를 접하곤 그 많은 골프 꿈나무의 한 명이겠거니 생각했다. 자식을 제2의 리디아 고나 김효주로 키워보겠다는 부푼 꿈을 가진 부모의 열정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어린 꿈나무들이 얼마나 많은가. 손유정도 그런 극성스런 부모 밑에서 골퍼로 키워지고 있는 아이 중 한 명이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간헐적으로 전해지는 손유정의 소식을 접하며 이 아이가 흔한 보통 꿈나무가 아님이 직감되었다.

2001년 2월 27일 생이니 이제 만 13살 10개월이 채 못 된다. 오클라호마주 노먼시티 어빙중학교 8학년(한국 학제로 치면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어린 소녀가 지역의 키즈(kids) 골프대회를 석권하다시피 하더니 주니어선수가 되면서 오클라호마 지역의 골프역사를 새로 쓰는가 하면 전미 주니어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Faces in the Crowd’(군중 속의 얼굴들)이란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손유정 선수를 골프종목의 주목할 선수로 소개했다. SI는 각 분야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아마추어 선수 7명을 집중 조명했는데 손유정 선수만 중학생이고 나머지는 모두 대학에 재학중인 성인이었다.

이 신문은 손 선수가 올 7월 열린 오클라호마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 대회와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대회를 최연소의 나이로 우승한 데 이어 지난 10월 나이키가 주최하는 미국 주니어 올스타 나이키 인비테이셔널 대회까지 석권한 사실을 소개하며 골프계가 주목해야 할 ‘차세대 스타’로 극찬했다.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러스를 비롯, 금세기 최고의 골퍼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이거 우즈, 소녀 골프천재로 명성이 자자했던 미셸 위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SI에 의해 집중 조명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손유정 선수에 대한 스포츠전문지의 관심을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SI를 통해 미국 전체에 손유정의 명성이 퍼졌지만 오클라호마주에선 진작부터 “오클라호마의 골프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역 언론을 장식했다. 13세의 중학생으로 고등학생 언니들이 참가하는 호클라호마주 걸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데 이어 1주일 뒤 열린 오클라호마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대회에서 58년 만에 최연소(종전 15세) 기록을 깨며 우승했으니 지역 언론이 흥분할 만도 했을 것이다.

손유정은 대다수 한국이나 해외 동포 여자골프선수들이 그렇듯 극성스런 부모의 뒷받침으로 골프에 입문한 케이스가 아니다. 골프에 소질이 있어 해외로 나간 경우도 아니다.
오클라호마에 자리 잡기 전까지만 해도 손유정 가족은 골프의 골자도 몰랐다고 한다.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던 터에 미국에서 건축설계 관련 공부를 더해보고 싶다는 엄마 아빠의 도전정신이 발동해 유정이의 언니를 포함한 일가족 네 명이 2006년 미국행을 택했다. 유정의 나이 5세 때다.
유정의 엄마는 대학에서 건축 관련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아빠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영어공부 하면서 남는 시간에 운동 삼아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 소질도 있고 재미도 있어 매일 골프장을 찾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골프에 관심이 없었다.

손유정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8살 때. 엄마 아빠가 골프를 열심히 하는 것을 지켜본 유정은 어느 날 연습장에 따라가 아빠의 스윙을 한참 지켜보더니 “나도 한번 공 쳐볼래!”하며 엄마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 골프채를 잡은 유정의 스윙을 보고 부모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처음 골프채를 잡은 아이가 아빠의 스윙을 뺨치는 멋진 스윙을 재현해냈다. 골프의 특별한 재능이 보였지만 골프를 시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 많은 골퍼 지망생 중 겨우 1%만이 선수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에 재미를 붙인 유정은 어느 날 학교에서 ‘골프캠프’ 안내 전단지를 들고 와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다. 하루 일정의 캠프라 거부할 수 없어 싸구려 어린이 골프세트를 구해 주었다.
일은 골프캠프에서 일어났다. 아이를 캠프에 보내고 근처에서 쉬고 있는데 골프장의 디렉터와 고등학교 골프코치가 열심히 유정의 부모를 찾았다.
“유정이가 엄청난 골프 탤런트를 타고 났다. 보통 아이가 아니다. 무조건 골프를 하게 하라!”
골프 전문가의 적극적인 권유에도 부모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유정에게 근처에서 열리는 US키즈 대회 지역예선전을 한번 구경하도록 허용했다.
“나 저 언니들보다 더 잘 칠 수 있어. 다음에 이 대회에 나올래.” 이 한 마디를 내뱉은 후 유정의 골프역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동네 골프장에서 5일 동안 레슨을 받고는 혼자서 연습하다 6개월 만인 2010년 5월 9살의 나이로 9홀 1,700야드 코스에서 벌어진 US키즈 오클라호마시티 토너먼트에 참가,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우승했다. 이후 6개 대회를 내리 우승하며 오클라호마주 올해의 키즈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올해만 우승기록이 8차례고 골프채를 잡은 이후 4년 동안 키즈대회까지 포함해 우승만도 30여 차례에 이른다. 만약 손유정이 미국 국적이었다면 이 정도의 골프이력만으로 이미 타이거 우즈나 미셸 위를 능가하는 선풍을 일으켰을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미국 언론이 손유정을 주목하는 것은 오직 나이를 초월한 탁월한 골프 능력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도 무서운 집중력과 강한 멘탈을 소유한데다 학교성적도 올A라는 손유정이 머지않아 ‘제2의 리디아 고’ 또는 한국국적이니 ‘제2의 김효주’라는 찬사를 들으며 LPGA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할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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