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19)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6월22일 한국여자오픈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재역전극을 펼치며 에비앙챔피언십을 쟁취한 19세 소녀 김효주와 함께 세계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있다. 바로 태극낭자들의 스윙이다.
 
초청선수로 참가해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은 김효주는 물론 상위에 랭크된 한국 선수들의 스윙에는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스윙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효주를 위협하며 선두경쟁을 벌인 허미정, 최나연을 비롯해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호주교포 이민지 등의 스윙을 보고 있으면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움을 연상케 된다. 장하나의 경우는 다소 폭발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전체적인 스윙의 흐름은 역시 부드럽고 우아하다. 태극낭자들의 스윙은 옹이 없이 일필휘지 하듯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여일한 그야말로 완결된 스윙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예외적인 경우가 박인비의 스윙인데 그는 풀 스윙을 안 하는 대신 몸의 체중으로 힘을 실어주는 그만의 독특한 스윙법을 갖고 있다.
 
태극낭자들의 스윙만 보고 있으면 이들이 얼마나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른 외국 선수들의 스윙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미셸 위, 브리타니 린시컴, 폴라 크리머 같은 선수의 스윙은 파워는 넘치나 부드러움이 결여돼 일관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수잔 페테르센이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크리스티 커 같은 선수의 스윙도 스윙으로 볼을 쳐낸다기보다는 타격에 가까워 태극낭자들의 스윙과는 구별된다.
일본 선수들의 스윙이 그래도 태극낭자와 비슷하지만 완성도에선 훨씬 못 미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선수들의 스윙이 한결같이 우아하고 교과서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한국 선수들이 처음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발견한다. 본인이 재미를 느껴 시작했건 부모가 유도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건 골프채를 잡는 것에서부터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게 대부분이다. 어린 나이라 전문가의 가르침을 쏙쏙 받아들인다. 나쁜 습관이 생길 여지가 거의 없다. 스윙이 잘못되면 금방 지적을 받아 고친다. 스윙이 교과서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구 청소년의 경우 골프는 성장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의 하나로 배운다.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듯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라 대부분 스스로 골프 치는 법을 터득하게 놔두고 정말 골프의 소질이 있고 재미있어 하면 그때 가서야 전문가의 지도를 받게 한다. 이러니 자신도 모르게 나쁜 습관이나 동작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나중에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개조를 하지만 처음 잘못 익힌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브리티시오픈에서 여섯 차례나 우승하며 '근대 골프의 시조' ‘스윙의 시인’으로 칭송받는 영국의 해리 바든(Harry Vardon)은 스윙 폼이 유려하고 우아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현대 골퍼의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오른 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인지와 중지 사이에 위치시키는 이른바 '오버래핑 그립'을 고안했다. 미국 PGA투어에서 매년 시즌 최소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바든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도 그의 스윙의 아름다움과 효율, 그가 고안한 ’바든 그립‘의 탁월함을 기리기 위함이다.

그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 “골퍼의 스타일은 좋건 나쁘건 골프를 시작한 최초의 1주일 안에 만들어진다.”
이 말은 최초에 그리는 골프의 밑그림이 그 사람의 골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완전 백지상태에서 교과서적인 스윙과 오염되지 않은 골프철학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면 자신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한 좋은 스윙을 터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엉터리 밑그림을 그려놓으면 나중에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이상적인 스윙을 터득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은 연필로 윤곽을 대충 그리는데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골프의 밑그림은 연필로 그려지지 않는다. 골프의 밑그림은 지울 수 없는 조각칼로 새겨진다. 골프채를 잡은 뒤 최초의 1주일, 혹은 한 달간 휘두르는 한 샷 한 샷은 바로 조각칼로 근육과 두뇌에 골프의 밑그림을 새겨 넣는 기간이다.
이때 밑그림이 이상적으로 각인되면 나중에 그 각인이 지워지지 않고 더욱 뚜렷해지도록 연습하면 즐거운 골프행로로 들어설 수 있지만 잘못된 밑그림이 각인되면 그것을 메우고 새로이 각인해야 하는데 이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것은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교과적인 좋은 밑그림으로 시작하고 익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선수들의 스윙은 거의 비슷해 개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개성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교과서적인 스윙을 익혀 놓고 나중에 자신에 신체조건에 맞는 스윙으로 발전시키는 게 옳은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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