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피치마크 리페어, 품격 있는 골퍼의 기본이다.

라운드 때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다. 클럽과 볼 등 기본적인 용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린에서 만들어지는 피치마크를 수리할 ‘포크’다.

골프대회에서 선수들이 그린에서 피치마크를 수리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자기가 만든 피치마크를 직접 수 리하는 일이 드물다. 대부분 캐디나 그린을 관리하는 아주머니(할머니)들이 하는 일로 생각한다.

물론 골퍼가 피치마크를 스스로 수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수리 방법을 잘 모르는 탓에 시도를 하지 않고, 어설프게 수리를 시도했다가 캐디의 제지를 받은 경험도 있다. 잘못 수리하면 잔디가 죽기 때문에 캐디는 자신이나, 관리인에게 맡기라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경기 지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수도 있다.

그런데 골퍼가 피치마크를 직접 수리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골프의 기본은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다. 그린에 피치마크가 생기면 그린면에 요철이 생겨 좋은 퍼팅 라인을 만들기 어렵다. 당장 내가 하는 퍼팅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만든 피치마크는 골프에티켓 차원에서 흔적을 없애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그린의 경사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 피치마크를 수 리하는 과정에서 볼이 어디에 떨어져서 얼마만큼 굴러갔는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그린의 빠르기와 경사를 파악하는 수단이 된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골퍼들이 피치마크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전담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18홀 기준 4명 정도가 연중 피치마크 수리에 매달려야 한다. 비용으로 따지면 연간 약 6,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골퍼들이 자기 흔적만 책임져 준다면 비용을 줄여 코스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른 부분에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골퍼가 피치마크를 올바르게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GCSAA(미국그린키퍼협회)가 추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리페어 도구로는 두날 포크가 가장 좋고, 칼이나 키, 티 등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포크를 피치마크의 에지에 가까이 붙여서 약 60° 각도로 꼽는다. 그리고 포크를 부드럽게 비틀면서 외곽에 있는 잔디가 피치마크 안쪽으로 들어가게 지긋이 밀어 넣는다. 이때 잔디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러한 과정을 각각 다른 방향에서 2~3회 하면 피치마크 중심에 잔디가 모아진다. 이후 퍼터 바닥으로 부드럽게 눌러서 면을 고르면 된다. 포크를 피치마크 아래로 꼽아 잔디를 들어 올려 면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잔디뿌리가 잘려져 잔디가 죽는다.

퍼팅라인을 잘 살피면서 내가 만든 피치마크도 수리하고 혹시 퍼팅라인에 있는 다른 피치마크도 수리한다면 당신은 좋은 퍼팅을 할 수 있고, 필드의 품격 있는 신사가 될 수 있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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