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성질을 이해하면 5타는 줄일 수 있다.

좋은 스코어를 만드는 데 있어 그린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골프경기의 50%가 그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티샷은 쇼, 아이언 샷은 기술, 퍼팅은 돈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퍼팅을 잘 해야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이를 위해 그린의 성질을 잘 읽는 골퍼가 퍼팅을 잘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린의 성질을 어떻게 잘 읽을 수 있을까? 먼저 플레이 할 골프장의 그린 품종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에 사용하는 품종이 그린의 퍼팅퀄리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조성된 골프장들은 대부분 질감이 거칠고 높게 자라는 Penncross 벤트그래스를 사용했다. 최근에 조성된 골프장들은 Penn A-1, Penn A-2, T1, CY-2 등 신품종 벤트그래스를 사용한다. 신품종은 질감이 섬세하고 낮게 자라는 특성이 있어 구품종에 비해 빠른 그린스피드 관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라운드 전 골프장의 그린품종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두 번째는 그린의 색상을 보고 스피드를 판단할 수 있다. 일반 골퍼들은 짙은 녹색의 그린을 매우 좋은 그린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린색이 짙을수록 스피드는 떨어지고 밝은 녹색일수록 스피드가 빠른 경향이 있다. 그린에 시비를 많이 해 잔디가 잘 자라면 엽폭이 넓어지고 소프트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그린 잔디결의 유무다. 잔디결은 깎기 높이가 높을 때 깎는 방향으로 눕고, 눕는 방향은 빛을 많이 반사하기 때문에 밝게 보인다. 반대 방향은 반사면이 적어 어둡게 보여 색상차가 생긴다. 밝게 보이는 면을 순결이라 하고, 어둡게 보이는 면을 역결이라고 한다. 순결 방향이 역결보다 스피드가 빠르고, 역결은 스피드의 균일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낮게 관리하는 그린은 잔디결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스피드가 균일하고 빠르다.

네 번째는 그린의 수분 정도다. 마른 그린이 습한 그린보다 빠르다. 그린을 건조하게 관리하면 면이 단단해진다. 잔디는 건조스트레스를 받으면 엽폭이 좁아지면서 질감이 섬세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토너먼트 경기 시 그린을 보면 대부분 옅은 녹색을 띄면서 약간 건조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말라 보인다.

다섯 번째, 그린을 걸어보면 소프트하거나 혹은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단단한 그린이 스피드가 빠르다. 잔디 밀도가 높으면 면이 소프트해지고 스피드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잔디를 솎아주는 버티컬모잉이나 그루밍작업을 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적당한 배토를 했을 때다. 즉 잔디 사이사이에 약간의 모래가 보일 정도일 때 스피드는 빠르다. 그러나 과한 배토는 오히려 스피드를 떨어뜨린다. 적당한 배토를 하면 모래 입자들이 잔디 사이에 채워져 실제 깎은 높이가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4mm로 깎았을 때 1mm의 두께로 배토를 한다면 배토사가 채워진 높이를 뺀 3mm의 높이가 되기 때문에 그린 스피드는 증가하는 것이다.

골프장은 스피드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잔디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줘 다이어트를 시킨다. 비료와 물을 잔디의 생육에 필요한 최소량으로 공급하고, 낮게 깎고, 밀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솎아주는 것이다. 이상의 몇 가지 팁을 응용해 그린의 성질을 보다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5타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심규열(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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