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강국이 되는 날 그날 한국 팀이 탄생될 것이다.

솔하임컵(Solheim Cup)은 1990년에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여자프로골프 국제대항전이다. 핑골프(Ping Golf)의 창업주 솔하임이 여자프로골프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골프대회다.

2년마다 열렸다면 2013년에는 대회가 열리지 않는 해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2001년 라이더컵(남자프로골프 미국과 유럽대항전)이 9?11테러로 2002년으로 밀리게 되자 같은 해에 라이더컵과 솔하임컵이 열리게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솔하임컵은 2002년에 이어서 그 이듬해인 2003년에 연속해서 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라이더컵과 같은 해에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그 이후 솔하임컵은 홀수 해, 라이더컵은 짝수 해에 열리게 되었다. 골프팬들의 즐거움을 해마다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골프는 미국과 유럽인들만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세계인의 것이 된지 오래다. 미국에서 열리는 LPGA 대회를 보면 톱10 안에 늘 태극낭자들이 다섯 명 이상이다. 세계랭킹 순위도 그렇다.

솔하임컵을 보면서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하다. 왜냐하면 그 대회에선 우리 한국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분하기까지 하다.

한때 한국 선수들은 영어를 못한다는 수모를 겪기도 했고(그래서 열심히 이를 악물고 영어공부를 한 끝에 이젠 유창하게 영어로 우승 인터뷰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오래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오직 골프 실력으로 모든 고난을 이겨냈다. 어디서 그런 천재소녀들이 자라고 있었는지 신기하고 고맙다. 계속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의 솔하임컵팀이 생길만하다. LPGA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이 100승 이상을 달성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2013년에는 메이저대회를 휩쓴 박인비나 16살 리디아 고만 봐도 우리나라는 골프 강국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미국 유럽 한국 3파 대결을 한다 해도 승산이 있다. 조금 양보해서 미국 유럽 아시아를 묶어보는 것도 세계 골프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프로골퍼들과 대만의 청야니, 중국의 펑샨샨,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 미카가 합류한다면 더욱 막강한 팀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국 단독으로도 팀을 구성하고도 남을 테지만…

글로벌 시대에 뒤늦은 국적을 들춰댈 일이 있느냐고 반박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번 13회 솔하임컵에서 미국 팀 선수로 나온 미셸 위를 놓고 한국의 많은 팬들이 이러쿵저러쿵 인터넷에 댓글도 많이 달았던 걸로 알고 있다. “왜 미국 국기를 흔드느냐”, “이름을 미국 이름으로 바꾼다고 미국인이냐.”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또 이런 댓글엔 가슴을 아리게 하는 속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다.

“한국 팀은 왜 없는 거야”, “태극기는 왜 흔들지 못하는 거야.”

누군가 말한‘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처럼 한국인임을 고집하는 것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세계의 인류 모두를 사랑하는 일이 되듯이 그 안타까워하던 인터넷 댓글의 작성자를 사랑의 눈으로 본다. 이는 우수한 선수들이 있다고 한국 팀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강국이 되는 그날 한국 팀이 탄생될 것이다. 골프인구 470만 명의 마음을 모아 곧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김이연 작가의 그린에세이가 작별을 고합니다. 오랜시간 동안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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