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도 모르는 코스 공략의 비결

일러스트_ 이용희
권동영, 코스설계가, 몽베르, 블루원 상주, 힐드로사이CC 설계
파5, 파 4, 파 3 홀로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설계 작업을 할 때 늘 고민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18홀 코스의 전체거리를 몇 미터 정도로 하는 것이 적당할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술력의 힘을 바탕으로 클럽이나 볼과 같은 골프 장비들이 날로 발전해 샷거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1900년대 말부터 두드러지게 되어 급기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수적인 골프장들조차도 메이저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코스 세팅 범위를 벗어나 티잉그라운드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심지어 그린까지 새로 조성해 코스의 거리를 확장 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었던 '디 오픈(영국 왕립골프협회 / The Royal & Ancient golf club 주관)'의 개최지인 로열세인트 조지 골프클럽(파70, 7,204야드, 18홀)이 이번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네 개 홀의 티잉그라운드를 확장하고 한 개 홀의 그린을 새로 조성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가 '디오픈(The British Open/ The Open Golf Championship)'을 개최하기 위해 코스의 거리를 확장시켰던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샷거리를 수용하기 위해 코스의 거리를 늘리기만 한다면 그 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다른 레저 종목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골프에서도 좀 더 극단적인 체험을 즐기기 위한 익스트림 골프(Extreme Golf)의 다양한 양상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 과연 '미래의 골프'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룰을 적용하는 신개념의 코스

1984년 2월 미네소타주 칠솜(chilsolm)의 미네톤카 호수(Lake Minnetonka)의 얼음위에 설치된 27홀의 코스에서 영하 31。의 눈보라와 함께 처음 시작된 '칠리 오픈(Chilly Open)' 이나 1997년 3월 그린란드 움마나크(Uummannaq)의 북극경계선(Arctic Circle)에서 373마일이나 더 북쪽에 위치한 빙하와 빙산 사이에 조성된 코스에서 시작되어 아이스 골프의 마스터스라고 할 수 있는 '월드아이스골프 챔피언십'은 영상 40。를 넘는 열사의 사막 한가운데서 플레이 하는 골프와 더불어 영하 50。를 넘나드는 극한의 추위와 맞서 싸우는 익스트림 골프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남아공의 엔타베니(Entabeni)에 위치한 레전드 리조트(Legend Golf Resort)의 19번홀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익스트림 골프 유형을 보여준다.

이 골프장은 우리나라 대표 골퍼인 최경주를 포함해 세계적인 골퍼 18명이 각각 홀을 디자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마지막 홀인 19번홀은 티잉그라운드가 그린보다 427m 높은 곳에 배치되어 있는 파3 홀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가 되었으며, 한번 플레이하기 위해서 티잉그라운드로 이동할 때 헬기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만큼 홀인원 상금도 1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어찌됐든 오래된 골프장들이 늘어나는 샷거리 때문에 거리를 확장시키는 일이나 극한 상황에서의 골프를 즐기는 익스트림 골프 코스들은 그 형태나 상황이 오래된 전통에서 벗어나 생소하기도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골프협회가 관리하는 골프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코스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점차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진화되어 가고 있음이 아닐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호에는 '하이브리드, 유틸리티 또는 크로스오버'등의 개념으로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3개의 그린을 가진 한 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홀은 한 개의 페어웨이와 다양한 티잉그라운드, 그리고 3개의 그린을 활용해 파5(450m~570m)로도 플레이 할 수 있지만 파4(300m~400m)와 파3 홀(90m~220m)로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왜냐하면 필자의 연구 목적이 최소한의 공간으로 최대한 다양한 플레이를 제공해야 하는 골프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적합한 가장 효율적인 연습 홀의 형태를 도출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홀에서 남아공의 레전드 리조트 19번홀이나 그린란드의 월드아이스 챔피언십처럼 극한의 체험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전통적인 명문코스들이 최근에 하고 있는 것처럼 거리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코스 공략도에서 볼 수 있듯이 한 홀의 공간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나타난 어떠한 형태의 홀들보다도 탁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형태의 홀이 일반 골프장에 적용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면 이 또한 지금 진화되어 가고 있는 골프 코스들이 갈 수 있는 방향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더불어 골퍼들은 어떤 전략과 만족을 얻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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